작년 11월부터 이어진 후판가격 협상 4개월째 진통
철강 “참을 만큼 참았다” vs 조선 “지금은 때 아냐”···하반기 협상도 난항 전망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후판가격을 둘러싼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협상테이블이 그야말로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양측 모두 각자의 뜻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해 협상은 장기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을 만들 때 사용된다.

12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각 업체들은 현재 올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통상 협상은 반기(6개월)마다 이뤄진다. 테이블이 마련된 시기는 업체 간 차이가 있지만 이른 곳은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장장 4개월의 협의에도 협상안이 도출되지 않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러다 상반기 협상이 끝나자마자 하반기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판”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매년 후판가격을 두고 철강·조선업계 양측이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 온 것 또한 사실이지만, 올해 협상의 경우 유독 그 골이 깊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지적이다.

특히 지난주 발표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성명서는 양측의 골이 깊어지는데 도화선이 됐다. 협회는 지난 7일 발표한 이번 성명서를 통해 “지속적인 후판가격 인상은 조선업계 회생 의지를 크게 저하시킬 것”이라며 시황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조선업계의 경영 정상화까지 후판가격 인상을 자제해 줄 것을 철강업체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에서는 “이미 참을 만큼 참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상승 등 가격인상 요건이 충분함에도 그간 조선업계 사정을 생각해 인상을 자제하고 가격 동결을 해 왔으며 업체마다 가격인상이 시작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왜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해 줄 것만을 강조하느냐”고 힐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톤당 5만원 올리느냐 마느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저렴한 중국 제품들이 물밀 듯 쏟아지고 미국의 통상압박 등 갖은 고충이 겹쳐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브라질 광산 댐 붕괴 사고 등 원자재 가격 압박 역시 커지고 있어 과거 조선업계 침체로 동결했을 당시 인상하지 못했던 소급분 등을 감안하면 한동안 가격인상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업계도 나름의 고충이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의 지적대로 과거에 비해 시황이 개선된 것은 분명하나 여전히 경기침체가 계속돼 선박수요가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업계 특성 상 계약 후 배 건조까지 2년여가 소요되는데, 이 기간 중 후판가격 상승분은 고스란히 각 업체의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경영정상화에 이르기까지 가격인상을 한시적으로 유예해달라는 요구”라면서 “최근 5개 반기 동안 지속적으로 후판 가격이 인상돼 온 만큼 올 상반기만큼은 동결돼야 조선업계의 부담도 줄고 회복도 빠를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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