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 불참 계속돼···“답 정해진 일방적 논의”에 내부 반발 키워

브루나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브루나이 왕궁에서 열린 한·브루나이 정상회담에서 하사날 볼키아 국왕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브루나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브루나이 왕궁에서 열린 한·브루나이 정상회담에서 하사날 볼키아 국왕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본위원회가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의 불참으로 두 번 연속 무산됐다.

경사노위 내부의 반발이 불거진 데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의 과정으로 진행된 점이 꼽힌다. 이미 지난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해 놓은 후 경사노위에 관련 논의를 맡긴 것이 이러한 후폭풍을 불렀다는 것이다.

11일 3차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의 최종 의결은 또 무산됐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7일에도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의 최종 의결을 위한 2차 본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미 정부와 국회가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기로 결정해놓고 경사노위에 논의를 맡긴 것이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11월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여부 논의와 합의는 그 이후에 이뤄졌다.

이날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정부와 여야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기로 합의 해놓고 그 책임을 경사노위에 떠넘긴 것과 같다. 경사노위 논의는 사실상 노동계가 정해진 결론에 참여하게 해 모양새를 좋게 하려는 것이었다”며 “이러한 논의는 결론이 정해진 것으로 열린 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 공익위원으로 참여한 한 관계자도 “경사노위의 논의는 이미 정해진 답을 추인하는 것이 돼선 안된다”며 “실질적 논의가 되는 자리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하기 전에 경사노위에 관련 논의를 맡겼다면 지금보다 열려있고 풍부한 논의와 합의가 됐을 것”이라며 “순서가 바뀐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사노위에 노동계가 참여해 노동계의 입장이 그나마 반영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은 탄력근로제 확대가 청년·여성·비정규직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임에도 자신들이 배제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인 전국여성노동조합 나지현 위원장, 청년유니온 김병철 위원장,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상임활동가 등 3명은 이날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첫 합의가 탄력근로제 확대라는 노동권 후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사회적 대화는 개별적인 단체교섭으로도 보호받을 수 없는 미조직 노동자에게 가장 절실하다. 그렇기에 미조직 노동자의 문제는 사회적 대화의 주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계층별 위원회에서 의제를 발굴했을 때 그 뒤에는 의제별 위원회라는 산이 있고 운영위원회라는 산이 있다. 두 개는 저희가 접근 불가능하고 저희가 올린 의제가 반영된다는 보장이 되지 않는 상태다”고 했다. 이들은 1차 본위원회에서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에 계층별 대표 1인의 위원 참여도 제안했지만 거부됐다.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 과정에는 한국노총, 한국경총,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부, 공익위원 등만 참여했다. 이들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또 탄력근로제에 대해 근로시간을 기존 하루 단위에서 주 단위로 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민주노총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합의가 노동자의 노동시간 불규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또 여러 합의 사안에 예외를 둬 노동자의 교섭력이 약한 영세사업장이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일수록 휴식권 확보와 임금 보전이 불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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