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적시내용 허위성 및 고의성 모두 반박
재판 관할 이전 신청서도 제출···4월 8일 속행공판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재판을 마친 뒤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재판을 마친 뒤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했다.

전씨의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는 11일 오후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판사 심리로 열린 사자명예훼손 혐의 공판기일에서 “(1980년 5·18 당시) 기총소사는 없었다.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니라 단순한 의견진술이다”고 말했다.

이날 변호인의 발언은 명예훼손 사건에서 통상적으로 다루는 2가지 쟁점인 적시 내용이 허위성과 고의성 모두를 부인한 것이다.

변호인은 조 신부가 증언한 1980년 5월 21일 2시쯤 광주 불로교 상공 헬기 사격에 대해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전씨가 회고록에 작성한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해도 시점이 다르다면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변호인은 또 “전씨는 본인의 기억과 국가 기관 기록, (1995년)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확인된 내용을 회고록에 기술했다”면서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기록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형사소송법 319조를 근거로 이 사건의 범죄지 관할을 광주라고 볼 수 없다며 재판 관할 이전을 신청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이날 공판기일은 재판시작 1시간 15분 만인 오후 3시 45분쯤 끝났다. 다음 기일은 4월 8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5·18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 신부를 비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광주사태 당시 헬기의 기총소사는 없었으므로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인 주장이다.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차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기술했다.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 및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결과, 형사사건 수사·공판기록, 다수의 참고인 진술 등 방대한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해 군의 기총소사를 확인하고 전씨의 주장이 허위임을 확인했다.

검찰은 헬기사격을 목격한 47명의 증언을 들었으며 ‘군중들은 해산하지 않으면 헬기 공격을 받을 거라는 경고를 받았고 실제로 발포됐을 때 엄청난 분노가 일었다’라고 기재된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도 확인했다. 또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계엄군의 광주 시민을 상대로 한 군의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확인한 사실도 전씨를 기소할 때 고려했다.

전씨가 받는 사자명예훼손 범죄(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성립된다.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자명예훼손 범죄는 고소권자의 고소를 필요로 하는 친고죄로 친족 또는 자손의 고소가 전제돼야 한다. 조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2017년 4월 전씨를 고소했다.

한편 전씨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23년 만의 일이다. 전씨는 1996년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노태우씨와 함께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전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2심은 전씨의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줄였고, 이 판결은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전씨를 특별 사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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