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근로자 비중 일부 사업장에서 개선···“여전히 기업 내 차별 존재”
한국, OECD국가 중 ‘유리천장 지수’ 최하위···전문가들 “현상 개선 위한 노력 필요”

정부가 남녀 고용차별을 없애기 위해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면서 사회 전반에 여성임원 증가 필요성에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정부가 남녀 고용차별을 없애기 위해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면서 사회 전반에 여성임원 증가 필요성에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정부가 남녀 고용차별을 없애기 위해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면서 사회 전반에 여성임원 증가 필요성에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 기업에 여성 임원, 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고 ‘유리천장 지수’도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업 내 성평등 의식 확산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속해서 고용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정책을 펼쳐 일부 기업에서 여성 근로자들의 고용 상황은 어느 정도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여성 직장인들은 여전히 기업에서 남성 근로자들 사이에서 차별을 느끼고 있다. 

◇한국, ‘유리천장 지수’ OECD국가 중 ‘최하위’ 기록

국내 기업에서 여성 임·직원 비중이 낮은 것은 각종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발표한 ‘2019년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상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리천장 지수는 여성의 노동환경을 종합적으로 따져 매긴 평점이다. 교육, 경제활동 참여, 임금, 관리직 진출 등에 대한 OECD, 국제노동기구(ILO), 유럽연합 통계 등의 자료를 토대로 통계된다.

한국은 유리천장 지수에서 100점 만점에 겨우 20점 정도를 받았다. 이는 회원국 평균인 60점에 크게 미달한 수치다. 스웨덴은 80점을 넘으며 정상을 차지했고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핀란드, 프랑스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 여성 임금도 남성보다 낮았다. 여성 임금은 남성 대비 34.6%나 적어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여성 관리자의 비율은 12.5%, 여성 기업 이사의 비율도 2.3%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가장 성적이 좋은 스웨덴은 여성 관리자와 이사의 비율이 각각 39.0%, 36.9%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기업 내 여성 임원 현황 조사 결과 전체 임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2%이었다. / 자료=사람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기업 내 여성 임원 현황 조사 결과 전체 여성 직원 평균 비율은 25%였다. / 자료=사람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아울러 사람인이 지난달 25일 기업 29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2018 국내 100대 기업 여성임원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0대 기업 내 여성임원이 200여명이 넘으면서 지난 2004년보다 16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 임원이 전체 임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2%로 여전히 저조했다.

조사에 응답한 기업들의 전체 여직원 평균 비율은 35%였다. 또 이들은 기업 내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직급에서의 여성 비율은 ‘적은 편(55.5%)’이라며 여성의 비율이 적은 이유로는 ‘처음부터 주요 업무·보직을 남성이 주로 맡아서(53%)’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직장인 이아무개씨(27)는 “처음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는 남성 직원이랑 비슷한 업무가 주어졌기 때문에 큰 차별을 느끼진 못했는데 점점 연차가 쌓일수록 맡는 업무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며 “팀에서 중요한 업무는 대부분 남성 직원들에게 주어지고 여성 직원들에게는 비교적 간단한 업무를 맡기면서 암묵적으로 업무 차별을 한다”고 말했다.

◇정부, ‘유리천장 깨기’ 노력 지속···“성평등한 일자리 마련돼야”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각종 선출직 선거에서 여성을 50% 이상(기존 30%) 의무적으로 추천하거나 비례대표 국회의원 여성 50% 공천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선관위 등록을 무효로 하는 여러 건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논의 중에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법제화된 법안은 없다.

또 고용노동부는 3년 연속 여성고용기준(여성 노동자 또는 관리자 비율이 업종별·규모별 평균 70%)에 미달하고, 이행 촉구를 받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고용노동부 누리집에 6개월 동안 게시한다고 밝혔다.

대기업·공공기관 등 사회적 책임이 큰 사업장이 고용상 남녀 차별 해소와 일 가정 양립 확산에 있어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이끈다는 게 고용부 측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여성경제활동 참가율과 여성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아 유리천장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현실감 있는 정부 대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정책을 전담하는 부처가 설립되고서 임금격차 등 남녀 성평등 관련 노동정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정부가 여성 고용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여성들은 기간제, 비교적 불안정한 일자리에 배정되고 있다. 보다 성 평등한 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 할당제 같은 법안은 정부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달라 단기적으로 개선되기 힘들다. 물론 고위 관리나 전문직종의 여성 비중이 늘어나고 여성 공무원들도 늘고 있지만 소수인 게 문제”라면서 “여성 임·직원들의 저임금이 문제되는 만큼 노동시장 개편을 통해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여성 직원들은 취직 후 경력 단절되는 것도 문제”라며 “휴직 이후 돌아왔을 때 적극적으로 노동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업무 능력에 대한 교육 훈련을 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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