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폴크스바겐·다임러·BMW 등에 수조원대 벌금 부과 가능성···하종선 변호사 "공정위도 즉각 조사해야"
환경부, 지난해 6월 벤츠와 폴크스바겐 요소수 조작 조사 착수, 12월 발표 계획했지만 3개월째 발표 연기

유럽연합(EU) 경쟁위원회가 폴크스바겐, BMW, 다임러 등에 수조원대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유럽연합(EU) 경쟁위원회가 폴크스바겐, BMW, 다임러 등에 수조원대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유럽연합(EU) 경쟁위원회가 독일의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의 배출가스 담합 관련 수조원대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보도가 8일(현지시간) 독일에서 나왔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2017년 3월에 세 업체가 의도적으로 요소수 탱크를 줄이기로 담합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했고, 이는 같은 해 여름 EU의 조사로 이어졌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EU는 요소수 탱크 담합뿐 아니라 가솔린 차량의 배출가스 불법 담합도 밝혀낸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반면 국내서는 지난해 6월 환경부가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의 요소수 조작 확인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여전히 조사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존 기술과 다른 부분이 있어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앞으로도 얼마만큼 시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환경부는 당초 지난해 12월까지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입장이었지만, 3개월 넘게 연기되며 계획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의 배출가스 담합은 13년 전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7년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이들 세 업체는 2006년부터 셀 수 없는 만남과 전화 통화를 통해 엔진과 배출가스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당시 세계 자동차업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 주범으로 꼽히며 차량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만 했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기술을 앞세워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방법을 제시한 가운데, 독일의 완성차 업체들은 디젤 엔진을 그 대안으로 내세웠다. 일반적으로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보다 더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데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디젤엔진 관련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젤엔진의 단점은 바로 질소산화물에 있었다. 질소산화물은 대기를 오염시키는 대표 주범 중 하나로, 미세먼지와 오존 생성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과 국내 정부가 디젤차량의 환경오염 기준을 측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다. 디젤차량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은 요소수라는 액체를 통해 분해가 가능한데, 이 액체를 담는 탱크가 클수록 비효율적이라 탱크 크기를 제한하기로 약속한 게 바로 담합의 주 내용이다. 질소산화물 분해를 위해선 보통 24ℓ 크기의 요소수 탱크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독일 업체들은 8ℓ로 크기를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요소수를 많이 사용하면 배출가스 기준량을 맞추는데 무리가 없다. 그런데 요소수를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탱크 용량을 키우든가, 충전을 자주하든가 둘 중 하나”라며 “연구한 바에 따르면 최소 6개월에 한 번은 서비스센터에 들러 요소수를 충전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3, 4개월마다 비상등 들어오는 차를 누가 타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증 시에는 요소수를 정량으로 사용하고 실제 주행 시에는 요소수가 더 적게 분사되도록 조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디젤차 요소수 조작과 담합에 대한 조사 촉구 움직임은 국내서도 이미 진행 중이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2017년 7월에 독일의 다임러,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BMW 등 독일의 5개 업체의 담합에 대해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국제카르텔과에 조사 개시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같은 해 8월에는 서울중앙지법에 8명의 피해자를 대리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환경부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6월부터 벤츠와 아우디 조작 의혹 차량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대상 차량은 3.0ℓ엔진이 장착된 아우디 A6와 A7 6600여대와, 벤츠의 준중형 세단 C220d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LC220d 등 2만8000여대다. 해당 차종들은 모두 지난해 독일에서 리콜 명령을 받았다.

다만 환경부는 당초 지난해 12월까지 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재 3개월 넘게 조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국내 환경부의 인력과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가 있어 조사가 늦어질 수도 있고, 해외에서 더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EU 경쟁위원회의 이번 과징금 부과 가능성에 대해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향후 수주 내에 EU 경쟁위원회가 수조원대 과징금 부과를 발표하는 즉시 우리나라 공정위도 EU측과 국제 공조를 통해 신속히 조사를 해야 한다“며 ”요소수탱크 크기 담합은 현재 환경부가 조사 중인 유로6 벤츠와 아우디 디젤차량 요소수 조작 조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내용을 반영해 위법사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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