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종량제로는 한계 있어”…인가제 폐지 의견도 나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5G 시대 요금체계는 서비스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가 돼야 한다.”

“무제한‧저가 요금제가 없다는 것은 통신비를 올리려는 의도다.”

“정부가 통신비를 심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최근 SK텔레콤이 인가 신청한 5G 요금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반려한 일을 두고 학계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내놓은 해석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세계 최초 5G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상용화를 위한 초기 과제인 요금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5G요금제 인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청했으나 반려 당했다. SK텔레콤 5G요금제는 7만, 9만, 11만원 요금제로 구성됐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 5G요금제가 고가 구간으로만 구성돼 고객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SK텔레콤은 1위 사업자여서 과기정통부의 인가를 받아야만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SK텔레콤이 요금제를 정하면 신고제인 KT, LG유플러스가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시민단체는 SK텔레콤 5G 요금제가 고가 위주라는 점에 크게 반발했다. SK텔레콤 요금제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가격대에 5G 요금제를 출시할 텐데 중‧저가 요금제 이용자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2만원대에 2~3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요금제가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5G 시대에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저소득층도 알맞은 데이터 소비를 하고, LTE든, 5G든 형평성 있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안 소장은 “7만원, 9만원, 11만원 요금제가 웬 말인가. 온 국민이 5G를 기다리게 해놓고 무제한 요금제도 출시하지 않고 저가 요금제도 내지 않은 채 많이 쓰는 사람이 많이 쓰는 대로 돈을 많이 내게 하는 것은 통신비를 급증시키겠다는 의도”라며 “모든 국민들이 저렴하고 공평하게 5G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구간의 5G 요금제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요금제 형식에 대해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용재 한국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요금 체계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의미 없다”며 “데이터 제공량에 따른 요금제 말고 자율주행 등 서비스를 하나씩 추가하면서 요금을 받는 방식 등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제공량은 다 같이 무제한으로 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할 때마다 5000원~1만원씩 더 내는 방식이다. 앞으로 데이터 사용량은 어마어마하게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종량제나 정액제 요금 형태로는 한계가 있고 서비스 기준으로 과금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직 5G의 구체적인 서비스나 킬러콘텐츠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요금제를 정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비스는 없는데 요금제는 만들어내야 해서다. 데이터 제공량이나 속도 측면에서는 소비자들이 지금도 충분히 만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5G 요금제가 기존 방식과 같다면 별다른 새로움을 느낄 수 없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과기정통부의 반려 결정에 대해 “정부는 소량, 다량 이용자 등 모든 이들의 형평성을 굉장히 중시 여기기 때문에 반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의 인가제 자체가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1위 사업자라고 해서 요금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당하고, 그런 것들이 오히려 통신비 담합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는 요금제가 비싸면 선호하지 않아서 자연스레 도태될 것인데 정부가 오히려 인가제를 통해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며 “강압에 의해서 하면 기업들은 오히려 그것을 이용하게 된다. 이런 것들이 요금제 혁신을 오히려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의 반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요금제 가격이 높다, 낮다고 판단할 근거가 전혀 없다”며 “정부가 개별 통신 상품에 적정성을 판단할 이론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거 LTE 통신 정책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말이 인가제지 사전에 정부와 이통 3사 모두 엄청난 조율을 한다. 인가제 때문에 뭘 못한다 하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며 “인가심의위원회가 도장을 찍는 절차만 담당할 뿐 사전에 3사 모두 정부와 수차례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나올 때도 많이 싸웠던 기억이 있다. 요금 수준이나 데이터 제공량, 추가 서비스 등을 갖고 엄청나게 협의를 했다”며 “내막을 잘 모르는 분들이 인가제 폐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유보신고제 역시 규제의 강도가 결코 낮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가제 폐지 논의는 초점이 어긋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이통 3사 CEO들은 ‘MWC19’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5G 요금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5G 요금제는 LTE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라며 “기가바이트(GB) 당 요금은 5G가 더 저렴할 수 있도록 대용량에 맞는 요금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관계 기관과 잘 얘기해서 LTE 대비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5G 단말기 가격이 LTE 단말기보다 인상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또 통신사 입장에서는 5G에 대규모 투자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LTE보다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객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의 요금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5G에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고 부담해야 할 감가상각비 등 경영 수익상 부담되는 부분이 있다”며 “그럼에도 고객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점이 요금제를 정하는데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5G 네트워크망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지국이 설치되고 있다. 이통 3사 모두 정확한 전국망 구축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LTE 서비스 망 구축 당시 상황을 비춰볼 때 내년 초에나 전국망 구축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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