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마무리 짓자 검찰·경찰·국세청 일제히 총수 직접 엮인 기업사정 나서···재계 “복지부동 할 때”
삼성, 금호, 효성 등 오너 정조준···황창규 KT 회장 ‘쪼개기 후원’ 의혹 수사도 착수 전망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이다인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이다인

봄바람과 더불어 재계 사정바람도 함께 불어오고 있다. 검찰과 경찰, 나아가 국세청도 움직이는 양상인데 모두 총수들이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 짓기 무섭게 기업수사에 전격 착수하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그 중 특히 주목된 건들은 특수부에서 진행하는 것들이다. 검찰은 삼성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정기인사에서 인력을 보강하며 몸집을 불린 특수2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의혹을 비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발 건 등 삼성과 관련한 사건들을 모조리 다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피고발인인 사건도 있고, 개별 사건들이 승계의혹과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어 사실상 삼성 수사는 총수가 최종목표인 것으로 분석된다.

바로 옆 특수3부에선 황창규 KT회장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황 회장은 2014년부터 4년간 수억 원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금을 건네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수사는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다. 한 사정기관 인사는 “국회의원 3분의 1이 걸려있는 만큼 엄청난 대형게이트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런 사건은 그만큼 성과를 내는 것이 오히려 힘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기업수사에 열을 올렸던 경찰도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다시 기업수사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회삿돈 선산 정비 의혹이다. 경찰은 얼마 전 박삼구 회장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해당 수사는 작년에 시작됐는데 박회장을 소환 조사한 건 최근의 일이다. 본격적으로 해당 건에 대해 성과를 내겠다는 경찰의 의지가 담긴 것이란 평가다. 해당 수사의 핵심은 당사자인 박회장이 해당 사실을 인지했었느냐 여부다.

국세청은 효성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오너일가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충당했다는 의혹으로 박삼구 회장 의혹과 맥락이 비슷하다. 역시 이번 건 역시 오너일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국세청 인사는 “고의성 여부 등이 확인되면 검찰고발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주요 사정기관들이 일제히 대기업, 특히 오너일가를 직접 노리는 수사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일종의 성과를 내기 위한 차원의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오너일가와 관련된 수사의 경우 아랫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되면 보통 ‘절반의 성공’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요즘 보면 분위기상 사정기관들이 경쟁하듯이 조사를 벌일 수 있어 일단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이번 정부 들어 한때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주목받았던 공정위는 대기업 보단 중견기업의 사익편취 행위 조사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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