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돌아선 北美, 비핵화 논의 재개 시점이 중요하다
  • 한다원 기자(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3.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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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간 ‘합의문’에 집중됐던 눈들···아직 회담 결렬 이유 확인도 안돼
협상 전망 어렵게하는 측면 존재···북미 정상 판 깨려는 의도는 안보여
북미, 엇갈린 이해관계 드러냈지만, 비핵화 논의 불씨는 살려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번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됐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라는 명제가 있는 만큼 그동안 진행돼온 정상회담은 작은 성과를 합의문에 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북미 정상간 이견차로 결국 결렬됐다.

2차 북미정상회담 취재차 기자는 지난 26일~28일 3일간 베트남 하노이에 머물렀다. 하노이 시내 노점상들은 트럼프·김정은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했고 일부 카페, 식당은 하노이 회담 관련 이색 마케팅으로 회담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이에 하노이 취재를 위해 모인 기자들은 이번 하노이 회담 합의문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베트남 공안들과 경호원들은 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 근처를 에워싸고 현지 시민들과 취재진을 통제했다. 특히 두 정상이 호텔 외부로 나올 때면 통제가 더 심해져 길거리는 오토바이와 사람들로 가득했다. 두 정상 호텔 주변으로 경호원들의 보안이 심해지자 취재진들은 ‘싱가포르 회담 때보다 취재하기 힘들다’, ‘혹시 두 정상의 깜짝 만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부터 모든 포털 뉴스는 온통 베트남 하노이 회담 관련 이야기 뿐이었다. 대부분은 이번 회담에서 도출될 합의문에 집중했다. 기자 주변 전문가들도 이번 회담에서 적어도 ‘스몰딜’(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미국의 부분 제재완화 등의 상응조치)이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노이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에 모여있던 기자들도 “이번 회담 일정은 다소 짧은 듯 하지만 회담 분위기는 좋다.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면서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스몰딜, 더 나아가선 미들딜이 발표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낙관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특히 북미 정상이 단독회담에 들어가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경제적 강국이 될 잠재력을 많이 갖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에 많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경제 시찰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 기업인 롯데센터, 하이퐁의 LG그룹 등을 방문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이에 이번 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는 아니더라도 작은 성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기대감, 적어도 ‘남북경협’이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기대와 다르게 이번 회담은 결렬됐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내·외신 기자들 3500여 명은 IMC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며 북미 정상의 합의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두 정상이 만나 지 얼마 되지 않아 IMC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차량이 오찬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원래대로라면 북미 정상은 오찬 업무를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 등의 형식으로 합의문을 발표해야 할 참이었다. 그럼에도 회담은 급작스럽게 결렬되면서 IMC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기자들은 모두 패닉에 빠졌다.

아직까지도 회담 결렬 이유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회담 전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외면을 당했다는 사실을 내세우기도 하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지난 5일부터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재건 움직임을 보였다. 이 움직임이 결국 북미 관계의 장벽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확실한 것은 북미 정상 모두 이 판 자체를 깨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재건 움직임을 경고하면서도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언급했다. 북한 3대 관영매체 역시 대(對)미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또 이번 회담 결렬 직후 인사하는 두 정상의 사진에서도 양 정상의 표정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북미 정상의 만남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예단하기 어렵다. 그래도 북미 대화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는 만큼 물밑 작업을 시작하며 대화를 지속시킬 것은 분명하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록 어떠한 합의도 없었지만 나는 우리가 곧 다시 그것(협상)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며 “향후 몇 주 안에 평양에 협상 팀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나는 (북미) 양측 공통의 이해가 어디에 있는지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과 지속적인 협상 의지를 밝혔다.

IMC에서 취재하던 해외 외신 기자들도 한 목소리로 “이번 회담은 아쉽게 결렬됐지만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의 자신감은 확실하게 보였다”며 “앞으로 있을 추가회담에서 보다 진전된 성과가 도출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한해 70여 년간 반목했던 북미가 사상 첫 정상회담을 가졌고 지금까지 북미 모두 대화 의지를 이어가며 다소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나가고 있다. 북미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시 만난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의문, 특히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 재개의 시점을 조금이라도 당겨야 한다. 

한다원 기자
정책사회부
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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