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차량들과 도심 도로 달리는 5G 자율주행차 ‘A1’ 모습 실시간 중계
달리는 차에서 실시간 가상현실(VR) 콘텐츠 시청, 5G로 주변 사고정보 파악해 실시간 경로 변경도

자율주행차 A1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자율주행차 A1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매년 전 세계에서 130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대부분의 사고는 운전자 부주의로 발생한다”며 “자율주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교통사고를 없애는 것이다. 5G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정밀한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된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는 11일 한양대 서울 캠퍼스에서 열린 5G 자율주행차 공개 시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LG유플러스와 한양대는 이날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 기반의 도심도로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 시연했다.

5G 자율주행차가 통제되지 않은 도심 도로에서 일반 차량들 틈에 섞여 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양대와 LG유플러스는 보다 진화된 자율주행 및 통신 기술을 알리기 위해 자율주행 실험도시나 비교적 차량이 없는 외곽 지역이 아닌 혼잡한 도심 도로를 택했다.

다수의 일반 차량들이 주행 중인 서울 강변북로·올림픽 대로 위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전·후·측방 차선 변경, 끼어들기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율주행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불리는 선우명호 한양대 ACE Lab 교수는 “5G 자율주행차는 교통체증 해소, 안전사고 예방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라며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돕고 돌발 변수에 대응하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진화시켜 궁극적으로 완전 자율주행(5단계)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5G망·자율주행 관제센터 통해 주행 모습 생중계…4단계 ‘고도 자율주행’ 선보여

이번에 선보인 5G 자율주행차의 명칭은 ‘A1(에이원)’이다.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 분류 기준 4단계 ‘고도 자율주행’에 가깝다. 이는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 가능한 단계를 의미한다. 5단계인 ‘완전 자율주행’은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무인차를 일컫는다.

자율주행 시연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자율주행 시연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이날 한양대 시연장에서는 LG유플러스가 구축한 5G망과 자체 개발한 저지연 영상송신기를 통해 자율주행 모습의 실시간 중계가 이뤄졌다. 자율주행차 내부에 장착된 2대의 카메라가 주행 영상을 촬영하면 관제센터를 통한 5G망으로 지연 없이 한양대까지 전송하는 방식이다. 관제센터에서는 자율주행차의 현재 위치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시연장 한쪽에는 LTE와 5G의 실제 처리 속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영상 비교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카메라 1대는 5G와 저지연 영상송신기, 다른 1대는 LTE로 중계되는 화면을 송출해, 각 통신망에 따른 영상 처리 속도의 차이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5G의 경우 초저지연(low latency) 속성을 기반으로 현장 상황을 LTE 보다 신속하게 전달하는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날 시연에서 A1 운전자는 실제로 ‘자율주행 모드 ON’ 스위치를 누른 후 도착할 때까지 운전대와 가속 및 제동 장치에서 손발을 뗐다. 성수동 한강사업본부에서 출발한 A1은 강변북로-영동대교-올림픽대로-성수대교 등을 거쳐 서울숲 공영 주차장까지 약 8km의 거리를 25분 동안 스스로 주행했다.

A1은 강벽북로를 달리는 동안 규정 제한 속도인 80km 이하를 유지했으며 각 도로마다 부착된 속도 제한 표지판을 스스로 읽고 이를 실제 주행 속도에 반영했다. 차량 간격은 주행 속도에 따라 다르게 유지했다. 급제동 시 제어할 수 있는 거리를 스스로 계산해 앞 차와의 거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A1은 또 인공지능(AI) 기반 주행 환경 인식도 선보였다. 이는 차량에 장착된 라이다, 카메라, 레이더 등 센서 정보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지, 미래 상황을 예측해 주행 위험도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그 빛이 주위 대상 물체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측정, 이를 통해 주변 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내는 장치다.

ACE Lab은 자체 개발한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이 자율주행차 분야의 ‘알파고’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goT다. AI가 주행 도로·상황·변수 등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축적·분석하며 끊임 없이 진화해 나간다는 설명이다.

이상민 LG유플러스 FC부문장은 “5G 통신망의 초저지연성(low latency)은 자율주행차의 안정성을 높여줄 핵심 요소로 꼽힌다”라며 “한양대학교 ACE Lab(에이스랩)의 앞선 자율주행 기술과 LG유플러스의 5세대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제센터와 주변 교통정보 송수신, 실시간 주행전략 수시로 바꿔…5G 스트리밍 영상도 눈길

본격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차량 탑승자는 개인적인 시간 활용도도 커지게 될 전망이다. 가령 출근길 화장이나 독서를 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미디어를 시청할 수도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실제로 차 안에서 콘텐츠를 감상하는 시연도 이어졌다.

자율주행차 내부에서 실시간 주변 환경 인식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자율주행차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모습. / 사진=원태영 기자

A1이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동안 시연자는 차 안에서 5G 스트리밍 영상을 시청했다. 직접 가상현실(VR) 전용 헤드셋(HMD)을 착용하고 그랜드캐니언, 해양생태계, 아이돌 연습 등의 대용량 VR 콘텐츠를 지연이나 로딩 없이 실시간으로 이용했다. 향후 LG유플러스는 준비 중인 VR전용 플랫폼을 통해 ▲구글과 공동 제작한 독점 콘텐츠 ▲VR 영화 ▲여행지 영상 ▲공연 영상 ▲인터렉티브 게임 ▲VR 웹툰 등 양질의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성수대교 북단에 들어선 A1은 주변 도로 상황을 인지하고 스스로 예상 경로를 변경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제센터에서 5G망을 통해 목적지 주변의 사고 정보를 전달하자, 차량 내부에서는 음성 알림과 함께 화면 표시가 나타났다. A1은 당초 진입 예정이었던 서울숲 북측 입구를 대신해 동쪽 입구를 통해 서울숲 공영주차장으로 주행 경로를 변경해 안내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대중화 되면 각각의 차량들이 감지하는 현장 교통 정보를 관제센터에 전송하고 관제센터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다시 각 자동차에 최적 주행 경로를 실시간으로 내려줘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돕는다”며 “특히 수십·수백 만대의 차량과 대용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기 위해서는 ‘데이터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는 5G 통신망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선우명호 교수는 “5G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 자율주행차 모델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기술 진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통신-자동차 산업간 빠른 융합을 기반으로 궁극적으로는 운전대와 페달 없는 완전 무인차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양대학교 ACE Lab은 지난 2017년 말 경부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 실증에 나선 바 있다. 당시 A1은 약 420km 거리를 6시간 동안 달리며 자율주행 플랫폼 핵심 기술의 안정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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