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검찰수사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 96억원에 매입
영동대로 통합개발 호재 및 본사 사옥과의 접근성 우수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최근 서울 청담동 영동대로 남단에 위치한 지하1층 지상5층 규모의 빌딩을 매입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최근 서울 청담동 영동대로 남단에 위치한 지하1층 지상5층 규모의 빌딩을 매입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서울 청담동 영동대교 남단 초입에 있는 빌딩을 매입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본인 명의로 청담동 프리마호텔 뒤편 이면도로에 위치한 1995년 준공된 지하1층 지상5층 규모 빌딩을 96억 원에 계약하고 지난달 말일 잔금을 모두 납부했다. 총 비용 96억 원 가운데 60억 원을 대출받았다.

해당 건물이 위치한 대지 면적은 340㎡(구 103평), 연면적은 1200㎡(구 365평)이다. 토지 기준 평당 단가는 9230만 원이다. 1층에는 프랜차이즈 한우 고기집이, 중층부에는 신안관광과 병의원이 임차해있다. 신안관광은 리베라호텔의 피트니스 회원권 거래 등 멤버십 관리를 맡는 업체다.

임차인 구성은 물론 영동대로 통합개발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입지 역시 뛰어나다. 정부가 서울시 함께 추진 중인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 사업은 도로 하부에 5개 광역·지역철도를 탈 수 있는 통합 역사와 버스 환승 정류장, 공공·상업시설을 갖춘 복합 환승센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규모는 잠실야구장 30배에 달하고 총사업비만도 1조3000억 원이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이 인근에서 땅값만 10조 원 넘게 투입해 신사옥 신축까지 추진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영동대로 남단부터 삼성역까지가 향후 수년 간 국내에서 가장 부동산 호재가 만발한 입지라고 평가한다.

한 빌딩중개법인 관계자는 “이면도로라고 해도 평당 1억 원에도 매물이 없어 거래가 쉽지 않은 지역인데 가격적 면에서만 봐도 해당물건은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1년간 영동대로 일대에서 근린생활 빌딩이 거래된 것은 다섯 건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매물이 귀하다. 호재 수혜지일 뿐만 아니라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도보로 1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점도 박 회장의 투자에 결정적 요인을 미쳤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다만 박 회장은 하이트진로가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일 당시 부동산 투자를 했다는 점에선 도덕적 해이에 빠졌단 비판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검찰 수사를 받아왔는데 해당 부동산 계약 시점은 조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해 11월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0년 간 조직적으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따라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하이트진로의 계열사이자 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서영이앤티에 부당지원을 한 혐의다. 하이트진로 경영진은 검찰 소환조사에서 이와 관련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1월 말 박문덕 회장 장남인 박 부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을 재판에 넘긴 상태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개인 명의의 건물 매입은 사생활이라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은 지난 2014년 적자전환을 시작으로 5년째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회사는 오는 13일 맥주부문 실적을 반등시킬 신규상품 론칭 간담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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