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문 연 국내 이커머스 시장···치열해지는 경쟁에 과열되는 ‘데이 마케팅’
11번가, 위메프, 티몬, 옥션 등 11일 하루 진행되는 특가 프로모션만 5개 달해
소비자 피로감 증가·미끼상품 아니냐는 지적도

식품업체가 다가오는 주말에 기대 매주 금요일마다 가격 인상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커머스에서라면 결코 두렵지 않다. 가격이 올라도 오르기 전보다 싸게 팔기 때문이다. 그만큼 최근 이커머스는 특가 마케팅인 'OO데이' 키우기에 열 올리고 있다. 매주 특가 데이가 새로 열리다보니, 언제 어디에서 어떤 데이가 열리는 지 다 알 수 조차 없다. 그렇지만 아쉬울 건 없다. 언제 어디에 접속하든, 언제나 특가 이벤트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3월 11일)만 해도 굵직한 특가 프로모션이 5개에 달한다.

일단 매달 11일을 '쇼핑기념일'로 삼는 11번가의 '십일절'이다. 매주 월요일 타임세일을 진행하는 티몬의 '티몬데이'도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옥션은 이날만 두 가지 데이를 진행한다. 지난주 처음 론칭한 '먼데이옥션(매주 월요일마다 진행)'과 이날 처음 시작한 '싱글데이'가 겹쳤다. 매월 11일 진행되는 싱글데이는 숫자 11을 강조한만큼 1인가구를 겨냥한 품목을 집중 판매한다. 위메프도 11일 자사 특가 프로모션인 히든프라이스 슈퍼반값타임을 키운 '더싼데이'를 진행한다. 쿠팡은 데이를 앞세우진 않았지만 ‘골드박스 1일특가’를 통해 매일 특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커머스의 각종 데이 데이 데이. /사진=각 사
3월 11일 하루에만 진행되는 이커머스의 각종 데이 마케팅. /사진=각사

지난해 100조 시장으로 커버린 이커머스에 오프라인 강자였던 신세계, 롯데까지 가세하자 경쟁이 더욱 과열되는 양상이다. 이런식으로 이커머스 'OO데이'가 팽창한다면 슈퍼반에반값타임과 더욱더싼데이가 생겨나는 것도 머지 않은 미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게 살 수 있어 좋다가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데이 마케팅에 피로감도 느끼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세는 양분된다. 빠른 배송에 힘을 주느냐, 배송은 차치하고서라도 특가로 밀어붙이느냐의 두 가지다. 쿠팡은 앞을 택한 듯하고, 나머지 데이 마케팅에 집중하는 지마켓, 옥션, 11번가, 위메프, 티몬 등은 후자를 선택했다. 실제로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도 둘로 나뉜다. 빠른 배송이 중요한 사람이 있으면, 조금 늦게 받아보더라도 특가로 물건을 구매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이라면서 "선택과 집중이다.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택배기사도 직접 고용해야 하고 물류센터도 크게 지어야 하지만, 이 비용으로 특가 이벤트를 진행하자는 것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싸긴 싸다. 10만원대인 제주도 항공권이 9900원에 풀리고, 20만원대인 에어팟이 10만원에 판매된다. 미세먼지 제품도 50%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팔린다. 더이상 '인기가 없어서 저렴한' 상품으로 세일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인기 가전인 샤오미 공기청정기나 LG청소기 등 이슈상품이 등장해서 소비자를 유인한다. 꼭 사고 싶은 제품이 꼭 사야만 할 것 같은 가격으로 등장하니, 지난 2월 진행된 11번가 십일절 에어팟의 경우 23초만에 200대가 전량 소진되기도 했다. 말그대로 핫딜(Hot deal)이 맞다.

다만, 적은 수량으로만 풀리다보니 미끼 상품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손 느린 일반 사람 입장에서는 '23초 만에 완판'되는 물건을 핫딜로 구매하기란 차세대 6G 통신망을 나 혼자 사용할 때 실현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영상으로 특가딜 성공하는 방법까지 설명하지만 저번에 성공한 사람이 이번에 성공하고 다음에도 성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특가데이의 덕을 보려면 클릭 및 결제 스킬을 배양하거나, 포기하거나, 비교적 인기없는 제품을 저렴한 값에 구입한다는 안분지족의 마음을 갖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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