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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과 문화
  •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filmbj@naver.com)
  • 승인 2019.03.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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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극장가는 비수기다. 주 관객인 학생들의 신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부를 멀리하는 학생도 요즘만큼은 책상을 가까이해 영화관에 안 간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영화업계에 몇 개의 핫 이슈가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국내 문화산업의 큰손인 CJ엔터테인먼트와 관련이 있다.

우선, 한국영화 흥행의 역사가 바뀌었다.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이 한국영화 사상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한직업’은 지난 6일 기준 박스오피스 매출 1382억2000만원을 올렸다. 종전 최고의 흥행영화 ‘명량’의 박스오피스 매출액 1357억 5000만원을 뛰어 넘은 것이다. 이는 극장 평균 요금이 오르면서 매출액도 함께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영화 평균 관람 요금은 2014년 7619원에서 지난해 8286원으로 올랐다. 제작비 또한 ‘극한직업’은 총 제작비 90억원 수준인 반면 ‘명량’은 190억원이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 제작사는 최근 CJ엔터테인먼트의 영화관 CGV에서 상영하는 것을 거부했다. 김재환 감독은 CGV에서 배정한 스크린 수가 적다는 이유로 CGV에선 자신의 영화를 상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CGV가 다큐 및 독립영화를 지나치게 홀대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지난 7일 3만 관객을 돌파했다. 다큐 영화로선 꽤 많은 관객이 든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도 CJ와 관련이 있다. 최근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전통 관료출신의 박양우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지명되자 일부 영화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CJ E&M의 사외이사를 맡아 온 이력 때문이다. 대기업 편만 들 것이라는 우려다.

이처럼 3개의 이슈가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모두 CJ엔터테인먼트와 엮어 있다. 이들 이슈는 국내 문화산업에 대한 해묵은 갈등들이 내재돼 있는데 국내 영화와 산업, 그리고 문화산업에 대한 입장과, 이해관계가 직, 간접으로 연관돼 있다. 다시 말해 문화산업의 고 부가치성과 문화예술의 다양성이 충돌한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문화산업이 갖고 있는 숙명 인줄 모른다. 영화 ‘극한직업’의 상업적 성공은 문화산업의 긍정적인 면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른바 원 소스 멀티유즈(OSMU)의 산업으로서 가능성을 재삼 확인해줬다.

반면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문화산업의 ‘그늘’을 보여줬다. 영화를 상품으로 볼 때 극장이 소비자가 원하는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죄가 아니다. 관객이 뜸한 영화에 스크린을 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독과점은 죄악이다. 영화가 산업인 동시에 문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문화산업(Culture Industry)은 극히 부정적인 의미로 시작했다. 문화산업이란 말을 처음으로 쓴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을 괴물쯤으로 봤다. 그는 문화산업은 대중의 취향과 생각을 권위주의에 순응시키고 하급 표준화시킨다고 그의 책 ‘계몽의 변증법- 대중기망으로의 계몽’을 통해 비판했다. 즉 비자율성, 반복성, 중독성으로 소비자들의 사고를 중단케 하고, 모든 것을 동일하게 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없앴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문화산업은 초기의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차츰 중립적인 가치를 넘어 긍정적인 가치로 전환됐다. 세계 모든 나라는 문화산업을 고부가치산업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역시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산업에 국가적인 역량을 모으고 있다.

결국 문화산업의 큰 손인 CJ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최근의 이슈들은 문화산업에 대한 입장차이 때문인 듯하다. 영화를 산업으로 보느냐, 아니면 문화예술로 보느냐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시각이 발전, 정리되지 못한 채 상충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문화 활동 관련자 및 종사자들이 각자 입장서 임의로 혹은 이해관계속에 자기 목소리만 낸다는 것이다.

다 아는 것처럼 영화는 문화이자 산업이다. 산업으로 생각하는 종사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고 문화예술로 인식한 관계자는 의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영화속의 문화와 산업, 투 트랙을 서로가 인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자본주의 아래서 돈이 되는 ‘극한직업’을 제작 배급한다고 손가락 짓을 해선 안 된다. 동시에 문화의 다양성 차원에서 ‘칠곡 가시나들’도 존재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다양성을 무기로 산업적인 시스템을 공격해선 안 된다. 이 부문엔 국가가 나서야 한다. 국가의 재정 지원이 필수다.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
filmb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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