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부심 풀무원, '신라면 건면' 나오자, 건면 생산시설 확충···농심도 신라면건면 생산량 2배 증설
라면 시장 5위 풀무원과 1위 농심, 건면 시장서 대격돌

건면 두 개. 농심의 신라면 건면과 풀무원의 생면식감 육개장칼국수다. 뭐가 칼국수면인지는 보면 알 수 있다. /사진=노성윤pd
건면 두 개. 농심의 신라면 건면과 풀무원의 생면식감 육개장칼국수다. 뭐가 칼국수면인지는 보면 알 수 있다. /사진=노성윤pd

끓여도 국물에 기름이 뜨지 않는 라면이 있다. 튀기지 않은 면, ‘건면’이다. 다이어트는 해야 하는데 라면은 먹고 싶은 사람에게 희소식이다. 더이상 냄비 두 개 두고 한 쪽에는 면, 한 쪽에는 스프를 끓일 필요가 없다. 이 건면을 두고 최근 풀무원이 발끈했다. 자신들이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건면을 농심이 신라면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키우고 있어서다. 이에 풀무원은 최근 즉각 건면 생산 시설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곧바로 농심 역시 신라면건면의 인기로 제품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11일 밝혔다. 신라면 건면은 지난 2월 9일 출시 이후 한달 간 800만개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농심은 “계속되는 주문에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면 시장 5위 풀무원이 1위 농심과 건면 시장에서 정면으로 만난 것이다. 

◇ 아직까진 생소한 건면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은 아직 생소하다. 우리에게 라면맛의 한 축은 기름맛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라면시장이 2조원대라면 건면시장은 1000억원대 규모로 전체로 보면 5% 정도 차지하는 시장이다. 다만 최근에 와서 특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몸에 부담이 가지 않는 저칼로리 라면으로서다.

건면은 유탕면(기름에 튀긴 면)의 기름에 튀기는 과정을 바람에 말리는 과정으로 대체한 면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말 그대로 건조한 면이다. 그동안 유탕면이 라면의 기본이었던 이유는 한 마디로 맛을 내기 쉬워서다. 면을 기름에 튀기면 수분이 날아가면서 표면에 미세 구멍이 생기는데, 그 구멍으로 국물이 스며들어서 맛있다는 것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원리다. 반면 건면은 면의 밀도가 높아 유탕면보다 쫄깃하지만, 미세 구멍 없이 매끈해서 맛이 스미기가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라면회사들이 건면을 연구해온 것이다. 

◇ 누가 잘할까

'건면 부심' 풀무원은 대놓고 농심에 선전포고를 했다. 풀무원은 자사 건면 브랜드 '생면식감'의 판매 확대를 위해 충북 음성라면공장의 생산라인을 하루 18만개에서 37만개 생산규모로 2배 이상 증설하겠다고 밝히면서 "건면’ 시장에 국내 1위 라면업체가 진출한 가운데 풀무원이 생산시설과 투자를 대폭 늘리고 라면시장 확대에 나서 치열한 1위 싸움을 예고했다"고 서두에 적었다. 경쟁 상대를 콕 집어 지목한 것이다. 또 "국내에서 기름에 튀기지 않는 비유탕건면의 출발은 풀무원이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풀무원이 말한 '건면 시장에 진출한 국내 1위 라면업체'는 알다시피 농심이다. 그런 농심은 자사의 스테디셀러이자 국민라면격인 신라면의 3세대를 출시했는데, 바로 '신라면 건면'이다. 국내 라면 1위 신라면 브랜드에 건면을 덧붙인 농심에 풀무원이 긴장한 것이다.

다만 농심 입장은 조금 다른 듯하다. 농심은 1970년대부터 건면을 만들어왔고, 2007년 부산에 건면 전용 생산 공장인 녹산공장을 가동해 이후 후루룩국수, 둥지냉면 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농심 '멸치칼국수'도 알고보니 건면이었다. 멸치칼국수는 농심이 1997년 내놓은 라면이다. 새로 출시한 신라면 역시 건면 시장에 새로 뛰어든 것이 아니라 신라면이 3세대로 건면을 택한 것이 더 맞다고 설명했다. 

최초를 따지는 일이 사실은 무의미한 것이다. 

건면 위에 건면. /사진=노성윤pd
건면 위에 건면. /사진=노성윤pd

가짓수는 어떨까. 풀무원의 건면 제품은 총 12개(육개장칼국수, 생라면 매운맛, 생라면 순한맛, 꼬게탕면, 돈코츠라멘, 매운맛돈코츠라멘, 쇼유라멘, 곰탕칼국수, 메밀냉소바, 탱탱비빔쫄면, 직화짜장, 튀기지않은 사리면)다. 농심의 건면 제품은 후루룩국수, 둥지냉면, 스파게티 토마토, 스파게티 까르보나라, 새우탕면, 얼큰장칼국수, 드레싱누들, 멸치칼국수, 메밀소바, 신라면 건면 등 10개다. 

건면 시장 내 점유율은 농심이 앞선다. 2018년 기준 풀무원 라면의 건면 시장 점유율은 29.3%다. 농심이 49.4%다. 오뚜기는 20.3%, 삼양은 1.0%다. 풀무원의 위기의식이 조금 더 와닿는 부분이다. 

모양만 봐서는 굵기부터 색깔까지 전부 다르다. 육개장 칼국수는 칼국수 라면답게 면이 두껍다. 3mm다. 신라면 건면은 그에 비에 얇다. 일반 라면을 뿌셔먹을 때는 손에 기름 묻는데, 이건 묻지 않는다. 당연하다. 식감은 튀긴면보다 건면이 더 탱글탱글하다. 

물론 면을 튀기건 아 튀기건 모든 라면은 맛있다. 라면 앞에 객관성이란 없다. 다만 숫자는 객관적이다. 칼로리가 일반 라면에 비해 낮다. 신라면 건면은 일반 라면의 약 70% 수준인 350 Kcal(97g)다. 육칼은 435kcal(120.9g)이다. 라면을 야식으로 택하고도 이전에 느꼈던 죄책감의 70%만 느끼면 된다는 뜻이다.   

지난 주말 찾은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 라면 코너 매대는 건면 제품으로 가득했다. 농심과 풀무원이 주였다. /사진=박견혜 기자
지난 주말 찾은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 라면 코너 매대는 건면 제품으로 가득했다. 농심과 풀무원이 주였다. /사진=박견혜 기자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