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헬기사격, 진실···‘없었다’ 전씨 주장은 허위
헬기사격 알고도 ‘고의’로 조비오 신부 비난했는지 중요

지난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기립해 있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지난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기립해 있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전두환씨의 재판은 ‘고의성’이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명예훼손 사건은 적시 내용의 허위성 여부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등 두 가지로 쟁점이 정리된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5·18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광주사태 당시 헬기의 기총소사는 없었으므로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인 주장이다.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차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기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 및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결과와 형사사건 수사·공판기록, 다수의 참고인 진술 등 방대한 객관적인 자료들을 확인한 결과 전씨의 주장이 허위임을 확인했다.

검찰은 헬기사격을 목격한 47명의 증언을 들었으며 ‘군중들은 해산하지 않으면 헬기 공격을 받을 거라는 경고를 받았고 실제로 발포됐을 때 엄청난 분노가 일었다’라고 기재된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도 확인했다. 또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계엄군의 광주 시민을 상대로 한 군의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확인한 사실도 고려됐다. 지난해 2월 7일 특조위는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중에서 시민을 상대로 한 헬기사격이 실시됐음을 처음으로 밝혀냈다”며 “광주시민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한 비인간적 살상이었다”라고 밝혔다.

명예훼손 사건에서 첫 쟁점인 적시 내용의 허위성 여부는 이미 결론 난 상태라는 것이다. 결국 이날 재판에서 핵심은 전씨가 헬기사격을 몰랐는지, 알고도 고의로 조 신부를 비난했는지로 정리된다.

전씨는 이날 오후 열리는 재판에서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서면진술서를 통해 ‘5·18은 나와 무관하게 벌어졌고 알고 있는 내용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전씨 측은 지난해 3월 광주지법에서 열린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전씨의 측 대리인은 “수사기록에 나타난 것으로 허위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조는 이날 형사재판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적 사실을 반박하지는 못하면서도, 고의로 조 신부를 비난한 것이 아니라는 전략이 예상된다.

전씨가 받는 사자명예훼손 범죄(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성립된다.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자명예훼손 범죄는 고소권자의 고소를 필요로 하는 친고죄로 친족 또는 자손의 고소가 전제돼야 한다. 조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2017년 4월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편 전씨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23년 만의 일이다. 전씨는 1996년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노태우씨와 함께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전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2심은 전씨의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줄였고, 이 판결은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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