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종료 선언후 두달만에…"부양책 필요하다"
"추가적 대응 정책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우려"

ECB 경제성장률 · 물가상승률 전망 변동 추이 / 표=시사저널e
ECB 경제성장률 · 물가상승률 전망 변동 추이 / 표=시사저널e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말까지 현재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통화정책 선회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금리인상 시점의 연기가 아니라 자산매입프로그램의 유지와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의 재시행이 포함된 적극적 경기 부양에 나서는 모습이다. ECB는 지난해 양적완화 종료를 공식 선언했으나 각종 경제지표가 침체를 나타내면서 두달여만에 통화정책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ECB가 사용가능한 카드를 대거 사용하면서 향후 추가 경기침체가 나타날 경우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 뒤 올해 말까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오는 9월 ECB는 현재 기준금리를 0%로 유지하고 있고, 예금금리는 -0.40%로 마이너스 상태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의 연기와 함께 자산매입프로그램을 통해 상환되는 모든 자금을 재투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ECB는 지난해 말 경기부양책 종료를 선언하면서 2조6000억유로 규모의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상환 자금의 재투자가 진행되는 만큼 사실상 자산매입프로그램이 연장된 셈이다.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도 실시한다. ECB는 오는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년6개월 가량 다시 실시하기로 했다. TLTRO는 은행들에게 마이너스금리로 자금을 빌려줌으로써 은행의 대출을 늘리는 방식의 부양책이다. ECB 기준금리가 제로 상태기 때문에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양책이다. ECB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6년 6월까지의 기간과 2016년 6월부터 2017년 3월까지의 기간 등 두차례 TLTRO를 시행한 바 있다.

ECB는 지난해 양적완화 종료 선언후 올해 1월만 하더라도 연내 기준금리을 계획하고 있었다. ECB의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가이던스에서는 해당 시점을 오는 3분기 중으로 잡았다. 그러나 유로존 전반의 경제지표가 침체를 나타내고 있다는 판단은 금리 인상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 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회의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몇 달 전 예상 보다 부진한 경제지표가 나오고 있고 유로존 성장 전망이 부정적인 방향을 향하고 있다통화정책상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ECB가 유로존 경기 둔화를 언급한 것은 여러차례 있었지만, 총재가 직접 통화정책상 부양책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시점 연기는 이미 금리 동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의미가 크지 않아서다. 반면 부양책에 대한 언급과 실제 실행 계획이 나온 것은 경기 침체를 공식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ECB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대폭 낮췄다.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한 지난해 12월만 하더라도 올해 1.7%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3개월 만에 1.1%로 0.6%p나 낮췄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1.1%는 잠재성장률인 1.3%~1.5%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ECB는 내년 성장률도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물가상승률 역시 올해 1.6%에서 1.2%로, 내년에는 1.7%에서 1.5%로 낮춰 잡았다. 

ECB가 경기 부양 모드로 급격히 선회하면서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제로금리와 자산매입프로그램 등 사용 가능한 부양책을 다시 꺼내들면서 경기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경우 사용가능한 카드가 사라지고 있어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유로존 경기침체 우려에 ECB가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기대됐던 정책들이 3월에 모두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에 추가적으로 대응할 정책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우려사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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