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기대 못미치는 배당 발표에 주가 급락세
GLK, 삼성생명 등도 최근 배당 실망감에 주가 내려
“배당 기반되는 기업 실적 잘 살펴야”

2018년 시가배당률, 중간·기말 합산 추정치.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키움HTS.
2018년 시가배당률, 중간·기말 합산 추정치.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키움HTS.

배당주 투자가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기대 이하의 배당이 나오는 ‘배당 쇼크’ 사례가 적잖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부진한 실적이 나왔다거나 향후 업황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기업들이 배당을 축소한 경우가 대다수다.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배당을 해온 기업들도 배당쇼크가 나올 수 있어 고배당 기업에 대한 분석과 관심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에쓰오일(S-Oil)은 이날 4.71% 급락한 9만7200원에 장을 시작했다. 거세진 매도세에 장 초반에는 7.06%까지 내리기도 했다. 우선주인 에쓰오일우(S-Oil우) 역시 전날 대비 3.82% 내린 6만8000원에 시작해 장중 6.22%까지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에쓰오일의 이날 주가 급락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배당이 나오지 않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에쓰오일은 전날 장 마감 이후 공시를 통해 보통주에는 1주당 150원, 우선주 등 종류주에는 주당 175원을 배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가배당률 기준으로 보통주는 0.1%, 우선주는 0.2% 수준이다. 지난해 중간배당 시가배당률인 보통주 0.5%, 우선주 0.6%보다 낮은 수치다.

그동안 에쓰오일은 고배당주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종목이었다. 배당수익률이 2015년 3.02%, 2016년 7.32%, 2017년 5.04%로 다른 종목 대비 높았던 까닭이었다. 현금 배당성향도 이 기간 평균 50%를 넘어섰다. 그 해 순수하게 벌어들인 이익 중 절반 가까이를 배당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지난해 에쓰오일의 배당금은 보통주 기준 주당 약 4500원(중간배당+기말배당), 배당수익률로는 4.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주당 배당금이 750원(중간배당+기말배당)에 그치면서 ‘배당쇼크’로 이어졌다.

에쓰오일의 배당 축소 배경에는 우선 부진한 실적에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6806억원, 3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0.4%, 73.2%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2924억원 영업손실, 2478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적자 전환했다. 

여기에 현금흐름 관련 지표도 좋지 못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마이너스(-) 1조8131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업황 악화를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한 영향이었다. FCF는 기업의 실제 자금 사정과 배당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분류된다. 이처럼 배당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면서 그동안의 고배당 기조를 바꾼 것이다.

기대 이하의 배당을 발표한 기업은 에쓰오일 외에도 존재한다. 지난해 말 고배당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회자된 외국인 카지노업체인 GKL(그랜드코리아레저) 역시 지난달 11일 연간 배당 710원(중간배당+기말배당)을 확정해 시장 추정치(830원)를 크게 하회했다. 시가배당률로는 3%에 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로 인해 주가는 다음 날 장중 6.4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GKL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51.8% 줄어드는 등 부진한 실적을 냈다. 

삼성생명도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이익을 배당 재원으로 반영할 것으로 전망돼 기대감이 높았다.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주당 2900~2950원을 배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 1월 30일 삼성생명은 이보다 낮은 2650원 배당을 결정했고, 다음 날 주가는 5%넘게 하락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736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7.5% 증가했지만,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지분 매각 차익인 1조1791억원을 제외하면 전년(1조2632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주 투자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배당주라고 해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다”며 “개별 기업의 배당 기반이 되는 실적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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