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이미 은행 경영건전성 담보 장치 마련돼 있다”
국책은행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법률 근거도 전무
시중은행 노동이사제 도입 움직임 없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금융권에서 논의되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금융권이 먼저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할 만큼 (직원 복지 수준 등이) 열악하거나 불리하지 않다"며 제도 입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금융권에서 논의되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금융권이 먼저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할 만큼 (직원 복지 수준 등이) 열악하거나 불리하지 않다"며 제도 입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올해도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당국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제도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하지만 노조 측은 경영진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 노조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제도 도입은 올해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책은행 노조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어 당국의 추진 없이는 제도 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시중은행 노조에서도 노동이사제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노동자도 기업 경영의 한 주체로 보고 노동자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이다. 경영 투명성 확보와 경영진 견제 강화가 주된 목적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에 금융당국은 부정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은행 경영의 건전성 확보, 은행 직원들의 복지 제고 차원에서 노동이사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은행의 경우 여러 법을 통해 경영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고 상시적으로 감독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위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은행권 종사자의 급여·복지 수준으로 볼 때 다른 분야보다 먼저 금융권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할 만큼 열악하거나 불리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KB국민은행에서 있었던 노조 총파업을 예로 들며 “모 은행이 지난번 파업했을 때 금융소비자들이 ‘과연 은행 직원들이 받는 급여와 복지 수준에 비해 합당한 서비스를 누리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많이 제기한 것이 사실”이라며 제도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금융 공공기관인 기업, 산업은행 노조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노조는 현재 박창완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한 상태다. 박 위원은 경남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을 거쳐 정의당 중소상공인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이번 노동이사제 도입이 경영권 침해 목적이 아니라며 노동자 대표의 경영 참여를 통한 경영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외이사 선임은 정부가 지정한 인물을 금융위가 임명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며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 방향 설정을 위해 출범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2017년 말 보고서를 통해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이 없어 이사회 승인을 받아 지배구조 내부규범이나 정관을 바꾸거나 국회를 거쳐 중소기업은행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이번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최 금융위원장도 “사외이사 추천과 임명에 관한 절차가 법에 나와 있다”며 법과 절차대로 진행될 것을 이야기했다. 

산업은행 노조도 최근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달 중 노사협의회에서 이를 안건으로 올려 사측과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산업은행 노조 역시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근거 규정이 없어 사측이 제도 도입에 부정적이면 구조적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은 논의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난달 KB금융지주 노조는 2월7일 제출했던 사외이사후보 주주제안을 자진 철회했다. KB금융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백승헌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KB금융 계열사인 KB손해보험의 법률자문과 소송을 수행한 바 있어 후보에 대한 흠결 논란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노조도 지주체제 안정과 민영화 완료 전까지는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도입 논의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도 이와 관련해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에 진척이 없고 국책은행은 법률적 근거가 없어 시중은행보다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회적 분위기도 은행 파업 이후 노조에 부정적 의견이 많다. 금융위도 노동이사제 도입에 부정적이라 올해 노동이사제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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