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넷마블 우세 전망 속 텐센트는 간접 참여로 돌아설 가능성도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게임업계 최대 이슈는 단연 ‘넥슨 매각’이다. 예비 입찰이 끝나면서 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텐센트,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털 등 4곳과 해외 사모펀드(PEF) 1곳이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됐다. 넥슨은 다음달 본입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들간 합종연횡에 주목하고 있다.

◇인수 유력후보로 떠오른 카카오와 넷마블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5곳은 약 한 달간의 예비심사를 거칠 예정이다. 이후 넥슨은 다음달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할 방침이다. 

넥슨의 경우 현재 일본에 상장돼 있다. 지난해 12월 1300엔대였던 넥슨의 주가는 최근 1700엔대를 넘어섰다. 최근 시가총액 역시 15조원을 넘어섰다. 단일 회사가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큰 금액인 만큼 적격인수후보간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460조원 시총을 자랑하는 텐센트 역시 최근 강화되고 있는 중국내 게임 규제 등을 이유로 독자 인수보다는 국내 게임사와의 합종연횡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넷마블을 넥슨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보고 있다. 넷마블의 경우 적격인수후보에서 최종 제외됐으나 MBK파트너스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간접 참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넷마블이 넥슨 인수에 나서는 배경은 넥슨을 통해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마블의 경우 국내 1위 모바일게임사다. 그러나 최근 모바일 시장은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PC 온라인게임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넥슨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국내 1위 종합게임사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 역시 자회사 카카오게임즈를 소유하고 있지만 게임 부문 매출만 봤을 때 여전히 그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퍼블리싱만 주로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넥슨 인수를 통해 부족한 개발력을 보강할 수 있다. 여기에 자신들이 보유한 카카오톡, 다음 포털 등을 활용한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아울러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게임즈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넥슨 인수 이후 카카오게임즈 상장에 나설 경우 기업공개(IPO) 대박 또한 노릴 수 있게 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넷마블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서로간의 큰 점접이 없었고 게임 개발 방향도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넥슨 인수 성공 후 넥슨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넷마블이 함께할 생각이 있었다면 애초에 넥슨 인수 의사를 밝힐때부터 공동 발표를 했을 것”이라며 “두 회사는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게임 개발 방향 등이 크게 다르다. 함께 컨소시엄을 꾸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어차피 승자는 텐센트?

업계에서는 향후 넥슨 인수와 관련해 텐센트가 어느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텐센트가 넷마블과 카카오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텐센트는 넷마블 지분 17%를 보유한 3대 주주이자, 카카오 지분 6.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결국 넷마블과 카카오 중 누가 넥슨을 인수하더라도, 텐센트가 넥슨을 간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국내 대표 게임사가 외국 기업에 넘어간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다. 향후 국내에서 게임 관련 사업을 진행해야하는 텐센트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을 앞세울 경우 해당 논란을 상당부분 잠재울 수 있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텐센트는 넥슨에게 매년 1조원 가량의 ‘던전앤파이터’ 지적재산권(IP) 사용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에서 던파는 일종의 ‘국민 게임’이다. 중국 동시 접속자 수는 최대 50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던파 하나만 가지고도 텐센트가 넥슨 인수에 참여할 이유는 충분하다. 여기에 그동안 넥슨이 쌓아온 명성, 각종 인기 IP들 역시 텐센트 입장에서는 놓치기 아쉬운 부분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본입찰 과정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조금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텐센트가 직·간접적으로 넥슨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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