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과 부진, 책임 운용역 퇴사 악재 맞아
허남권 대표가 직접 운용 챙겨
올들어 6% 넘는 수익률 기록···11개 중 9개 클래스 설정액 증가
증시 훈풍에 투자자들의 배당주 관심 높아진 점이 영향 미친듯

사진은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 자료=금융투자협회, 펀드편가사, 사진=시사저널e DB
사진은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 자료=금융투자협회, 펀드평가사, 사진=시사저널e DB

공모펀드 시장의 ‘공룡’ 신영밸류고배당 펀드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성과 부진과 책임 펀드매니저 퇴사라는 악재를 딛고 올해 양호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설정액도 랩어카운트 전용 등 일부 펀드 클래스를 제외하곤 대부분 증가 추세다. 증시의 전체적인 반등과 함께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 C형’은 올들어 6.55%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이 기간 배당주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인 5.9%보다 높은 수치다. 코스피 상승률(7.56%)보다는 낮지만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배당주 위주로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악몽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16.4%로 크게 부진했다. 지난해 10월 중에는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 20.97%까지 내려 가는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평가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 전체가 크게 휘청인 데 따른 영향이었지만,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로선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게다가 신영밸류고배당 펀드의 전성기를 이끈 박인희 전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의 퇴사까지 악재가 겹쳤다. 박 전 본부장은 2011년 4월 말에 이 펀드의 운용역을 맡아 퇴사일인 지난해 9월 6일까지 누적으로 60.93%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4.3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의 C클래스 설정 원본도 2293억원에서 1조206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모든 펀드 클래스를 합치면 설정 원본은 2조원을 넘어선다.   

이에 국내 1세대 가치투자 펀드매니저 출신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가 직접 운용에 나서는 등 펀드 안정화에 공을 들였다. 당시 허 대표는 자산운용 보고서를 통해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항상 주식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팽배했을 때가 오히려 좋은 투자의 기회였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기존 철학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투자자들에 약속했다.

여기에 최근 증시가 큰 폭으로 회복하면서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특히 수익률과 더불어 다수 펀드 클래스에서 설정액이 증가했다. 실제 이 펀드의 11개 클래스 중에서 9개의 클래스가 지난해 9월 이후 설정액이 증가했다. 규모로 보면 809억원 수준이다. 이들 대부분은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펀드 클래스들이다. 법인전용 클래스인 ‘I형’, 랩어카운트 펀드인 ‘W형’에서만 설정원본 유출이 있었다. 다만 이 클래스들의 설정액 유출은 1300억원 수준에 달해 펀드의 전체적인 규모는 축소됐다.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반등의 한 요소로 분석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더불어 기관들의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에 따른 주주권 강화 움직임에 배당주가 혜택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며 “이러한 부분이 배당주 펀드들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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