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재취업 전관 가운데 금감원 출신 가장 많아
종합검사 부활에 이어 취업제한 완화···금감원 권력 비대화 우려
3월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금융감독원의 재취업 제한 완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질적 폐해인 전관예우와 낙하산 인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피아(금감원+마피아)’ 비판을 받는 금감원의 취업제한 완화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 금감원 노조, “직원 취업제한 조치 과도해”…3월 중 헌법소원 준비중
7일 금융권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이달 임시국회에서 금감원의 재취업 완화와 관련해 법안 개정이 논의 선상에 오를 예정이다. 금감원이 최근 3~4급 퇴직 직원들의 재취업 제한 완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이를 위해선 국회에 계류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금감원은 4급 선임부터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간 업무과 연관성이 있는 유관기관 재취업이 제한된다.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의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2급 이상 직원만 재취업을 제한하는 것과 비교하면 제한이 더 엄격하다.
금감원 재직 공무원에 한해 제한 범위가 확대된 조치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서 비롯됐다. 당시 저축은행에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 직원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금감원 내부의 조직적 부패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금감원은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금감원 직원 취업제한 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 인력 감축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취업제한 규정은 인력 축소에 부담이 되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이달 중 금감원 3~4급 직원 재취업 제한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며 현재 관련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헌법소원 심판청구 준비를 진행 중이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도 금감원 취업 제한 완화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지난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금감원 직원들의 취업제한 대상이 일반 공무원하고 비교해 지나치게 엄격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전관예우·낙하산 여전한데 종합검사 부활까지…금감원 권력 비대화 우려
그러나 여전히 ‘금피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금감원이 전관예우나 낙하산 인사와 같은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취업제한 완화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월 15일 발표한 ‘금융당국 출신 인사와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 출신 인사를 민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영입하면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확률이 16.4%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KDI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금융위원회 출신 인사를 영입했을 때는 제재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는 실질적 감독권이 금감원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권에 재취업한 전관 가운데 금감원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DI가 2017년 12월에 발표한 ‘한국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2011~2016년 사이 금융사 재직 임원 1만8727명(연도별 중복 포함) 중 이른바 ‘전관’으로 불리는 공직자 출신은 3125명이었다. 그 중 금감원 출신 인사는 633명으로 집계됐다. 금융위(400명), 기재부(615명), 한국은행(361명) 등 여타 금융 관련 기관과 비교했을 때 금감원 출신 인사가 전체 전관 출신 중 가장 많은 20.2%를 차지한 것이다.
특히 금감원이 최근 종합검사 부활을 발표하면서 ‘관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취업제한 완화까지 통과되면 금감원의 권력이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취업제한을 뒀던 근본적 이유는 저축은행 사태 등 금감원 출신 인사의 비리가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전관예우나 낙하산 인사 등의 문제를 해결할 내부적 개혁안은 내놓지 않은 채 취업제한을 완화해달라는 건 자신들의 권력에만 집중하는 행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