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탄력근로제 논의에서 배제돼”···경사노위 “최종 의결 못하는 상황 없도록 의사결정 방식 검토”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특수고용 노동조합 인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특수고용 노동조합 인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7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최종 의결을 하지 못했다.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불참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은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 과정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을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확대 최종 의결 실패 등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경사노위 의사결정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사노위의 원래 계획은 이날 2차 본위원회를 열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19일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 참여한 한국노총, 한국경총,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부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경사노위 절차에 따라 경사노위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까지 최종 의결 돼야한다.

그러나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가운데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전날 불참 입장을 밝히고 불참하면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이날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 참석과 보고대회도 취소됐다.

경사노위 본위원회는 노·사·정을 대표하는 위원 18명으로 구성된다. 본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재적 위원의 과반수가 출석하고 노·사·정 가운데 어느 한쪽 위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현재 근로자위원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4명이다. 청년·여성·비정규직대표자 3인이 빠지면서 의결 종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경사노위 본위원회의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는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본위원회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 “우리 3단체는 탄력근로제 합의를 언론을 통해 접할 수밖에 없었다”며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는 문제는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이기에 1차 본위원회에서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에 계층별 대표 1인의 위원 참여도 제안했지만 거부됐다”고 밝혔다.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 과정에는 한국노총, 한국경총,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부, 공익위원 등만 참여했다. 이들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또 탄력근로제에 대해 근로시간을 기존 하루 단위에서 주 단위로 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민주노총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합의가 노동자의 노동시간 불규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또 여러 합의 사안에 예외를 둬 노동자의 교섭력이 약한 영세사업장이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일수록 휴식권 확보와 임금 보전이 불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정부와 국회가 경영계 요구에 따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해놓고 이를 경사노위에서 합의하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미 정부와 국회가 경영계 요구 사안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정해 놨다. 그런 상황에서 경사노위에서 노사 합의를 통해 합의하라고 했다”며 “이미 결론이 정해진 상태인데 이게 무슨 합의 과정인가. 그래서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본위원회 의결 무산에 따라 경사노위는 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의사결정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개최된 본위원회에서는 일부의 불참으로 인해 어렵게 마련된 소중한 결과물이 최종 의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본위원회를 3월 11일 다시 개최하고자 한다.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 위원들에게 다시 한번 참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국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을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의 합의 결과에 대표성을 부여해 처리할 수도 있다. 다만 정식 절차는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한 후 국회로 이 문제가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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