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매출 이면엔 영업익률 감소세, 인적 쇄신에도 수익성 개선엔 시간 걸릴듯···정몽구 절대적 지원 사라지고 정의선 불신 피력에도 ‘속앓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유례없던 경쟁사 출신 사장을 영입한 데 이어 단독 대표이사로까지 추대한 현대제철이 ‘정의선 시대’를 맞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영입의 배경에 현대제철을 향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의 불신이 자리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도 높은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22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주총을 통해 현대제철의 대표이사로 안동일(60) 사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안 사장은 1984년 포스코에 입사한 후 포항제철소 소장, 광양제철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포스코 출신의 안 사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취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는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그간 현대제철이 순혈주의가 짙다는 평가를 받아왔을 뿐 아니라, ‘투톱’ 방식의 각자 대표체계를 장기간 고수해 온 곳이기 때문이다. 그간 현대제철은 현대로템으로 자리를 옮긴 우유철 부회장과 강학서 전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영입 과정에서 현대제철이 포스코에 양해까지 구했다는 사실은 흥미를 넘어 의구심을 자아냈다. 또 안 사장의 이직을 두고 포스코 내부에서 강한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현대제철이 이렇게까지 영입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기도 했다.

포스코는 사내 정보보호규정 상 퇴직 후 2년간 동종업계 취업 및 창업이 불가하다. 자연히 이직소식이 알려진 후 포스코 직원들은 “임원에 적용되지 않는 사규냐”며 반발했고 안 사장이 소장을 지냈던 포항제철소 인근에는 “배신자다”며 노골적으로 그를 겨냥한 플랜카드가 걸리기도 했다.

이번 이직과 관련,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의 불신으로 촉발된 이직”이라고 귀띔했다. 미국의 관세인상 및 중국의 철강수요 급락 등 업계 전반의 문제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현대차, 기아차 등 그룹 계열사의 판매량 감소에 따라 휘청거리는 현대제철 실적에 정 부회장이 강한 불만을 표했다는 것이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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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현대제철은 20조7804억원(잠정실적)의 매출고를 올리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은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25%, 43.9% 감소한 1조261억원, 4080억원 등이다.

기업 영업활동의 수익성지표를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에서 현대제철은 최근 수년째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9.08%를 기록한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은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8.66%, 7.14%, 4.94% 등을 기록하며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이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특히 자동차강판 특수강에 강한 아쉬움을 보였다. 실적개선과 더불어 제품경쟁력을 요구하며 기존 경영진들을 압박해왔다”며 “비록 경쟁사 출신이지만 기술력을 갖춘 안 사장을 영입함으로써 생산품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동시에 순혈주의에 기대 온 임원들에 긴장감을 불어 넣은 정 부회장의 복안”이라고 전했다.

정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서게 될 올해, 현대제철 역시 인적쇄신과 기술력향상을 바탕으로 한 실적개선에 열을 올릴 계획이다. 안 사장의 영입에 앞서 지난 1월 안전기획실장에 마이클 슈블 상무를 앉힌 것 역시 이 같은 행보의 시금석이었다. 슈블 상무는 1970년생으로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과 미국 최대 철강기업 'US스틸' 등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안전관리 전문가다. 

다만, 이 같은 쇄신에도 불구하고 체질개선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현대제철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철강업계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 남북경협사업이 하노이회담 결렬로 답보상태에 놓인 가운데, 매년 연간 매출의 20% 안팎에 달했던 계열사 상대 판매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의 경우 익년도 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각 계열사에 대략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현대제철 제품 이용을 권장했다”면서 “정 부회장의 경우엔 부친 수준의 지원을 지시하고 있진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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