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가맹계약 해지 ‘여전법’ 위반 여부 불명확···현대차 협상 향방 따라 유통업계 영업정책 변화 불가피해 ‘예의주시’
과거처럼 대형가맹점-카드사 입장 조율 봉합 관측도

현대자동차가 불을 지핀 카드수수료 분쟁으로 유통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카드사와 수수료 협상이 기대만큼 되지 않을 경우, 향후 매출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무이자·청구할인 등 프로모션을 중단하거나 소비자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쳐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등 5개 카드사와의 가맹점 계약을 오는 10일부터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카드사들은 현대·기아차에 이달 1일부터 1.8%의 카드수수료율을 0.1%포인트 올리겠다고 통보한 후, 실제 이대로 이행했다. 일반적으로 카드사 수수료 인상은 카드사가 선(先)통보 후 후(後)협상을 통한 소급적용을 한다.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간 수수료 분쟁은 여러 쟁점이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은 카드사와 가맹점이 카드수수료율을 정함에 있어 몇 가지 행동규칙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카드사는 영세 가맹점에게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18조의3 3항). 이 규정에 따라 현재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은 0.8%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연매출 500억원 초과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1.94%)에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반대로 대형 가맹점은 신용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수 없다. 영세 가맹점과 달리 대형 가맹점은 수수료율을 협상하는데 있어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대형가맹점이 소비자를 볼모로 낮은 수수료율을 얻어 낼 경우 많은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지만 그만큼 영세 가맹점은 매출에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부당하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이번에 현대차가 5개 신용카드사에 요구한 가맹점 해지 발표를 부당하게 볼 수 있느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카드사는 현대차가 압도적인 국내 매출을 이용해 협상테이블을 차렸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반면, 현대차는 카드사들이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고 인상을 강행했다고 맞설 수 있다. 여전법 위반 여부가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차후 카드수수료율 인상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카드수수료율은 영업정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때문에 유통업계는 현대차의 카드수수료 분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향후 자신들의 마케팅, 가격정책 등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A홈쇼핑 관계자는 “메이저카드사의 경우 프로모션이 진행되면 마케쉐어가 20%에서 50%까지 뛰기도 한다”면서 “카드사와 어떻게 협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무이자나 청구할인 프로모션을 지금처럼 할 수는 없을 것”고 말했다. B백화점 관계자는 “카드수수료율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최종 소비자가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대형가맹점이라도 판매 파트너인 카드사를 무시하고 영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금융당국이 현재 여전법 위반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 않고 있어, 이 또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별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하지만 조만간 결론이 날 현대차의 협상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양측이 어느정도 양보하고 협상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