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단지, 2014년 이후 착공 사례 전무
재건축 사업만큼 까다로운 사업절차
수익성 낮아 건설사들 기피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단지들이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복잡한 절차로 인해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단지들이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절차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수익성이 낮은 탓에 건설사들의 참여율도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들까지 나서서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 느는데···2014년 이후 ‘착공’ 전무

5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리모델링은 주요 골조를 유지하면서도 수평이나 수직으로 아파트를 넓히고 새로운 성능을 추가할 수 있는 사업이다. 추진 가능한 연한은 15년으로 재건축(30년)보다 짧은 편이다. 2014년 4월 수직증축 허용과 세대수 증가 범위를 확대하는 주택법이 시행되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기 시작했다.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가구수를 최대 15%까지 늘려 일반분양을 받을 수 있고, 연면적을 최대 30%까지 늘릴 수 있다. 수직증축의 경우 세대수 증가 범위 15%이내에서 최대 3개층(14층 이하 2개층, 15층 이상 3개층)까지 허용된다. 이러한 장점은 한계 용적률에 도달해 재건축으로는 사업성이 없는 단지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조합설립인가 기준)는 22개 단지에 이른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중 지난 2014년 서울 청담동 ‘청담 아이파크’(청담청구 리모델링)을 이후로 착공이나 준공을 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30세대 이상 추진 단지, 행정절차 재건축 사업만큼 까다로워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사업이 더딘 이유로 복잡한 행정절차를 꼽는다. 리모델링 후 증축세대수가 30세대 미만인 단지는 허가(행위허가) 방식으로 추진돼 절차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반면 30세대 이상인 경우에는 사업계획 승인대상으로 분류돼 절차가 복잡해진다.

사업계획 승인대상 단지는 상황에 따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경관법’에 따른 경관심의, 교통영향평가, 각종 인증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50세대 이상인 경우에는 도시계획 심의까지 추가된다. 500세대만 넘어가도 이러한 절차를 모두 받아야 하는 셈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허가 전에 진행 되는 두 차례의 안전성 검토도 사업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다. 수직층축 리모델링은 1차로 수직증축 시 안전보강 가능성을 검토하고, 2차로 수직증축 시 리모델링 보강 설계 내역을 살핀다. 이 과정은 수개월 가까이 소요되는데다, 비용은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이외에도 별개로 진행되는 두 차례의 안전진단까지 더해지면서 조합의 피로감은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안전진단 기준이 더욱 강화됐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관련 절차와 안전성을 높이는 ‘주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안전진단 결과를 반영하기 위한 설계변경이 필요한 경우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 분담금 가능성을 조합원이 인지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1·2차 안전진단의 시험방법과 계산방법 등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하고 지반 전문가의 참여도 의무화 됐다.

◇수익성 낮아 건설사도 기피···서울형 리모델링 시범사업도 난항

리모델링 조합들은 관련 업체를 찾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절차가 까다롭고 수익성이 낮아 건설사들이 사업 참여를 꺼려하면서다. 실제로 수직증축을 추진하는 서울 성동구 ‘옥수극동’은 지난해 진행된 두 차례의 입찰이 모두 유찰된 바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현대2차’ 리모델링 단지 역시 지난달 시공사 선정이 불발됐다. 청담건영은 일반경쟁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겨우 선정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공사 난이도가 재건축보다 높은 편인데다 비용도 크게 다르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편이다”며 “여기에 절차까지 재건축만큼 까다롭다는 점도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의 기피현상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사업’에서도 나타났다. 시는 지난해 6월 ‘2025 서울시 리모델링 기본 계획’에 근거해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사업은 신청서가 접수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시가 전문가를 파견하고 컨설팅을 통해 초기사업방향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외에도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 추정분담금 산정, 1차 안전진단 소요비용 등을 지원한다.

현재 선정된 시범단지는 △중구 ‘남산 타운’(3118세대) △구로구 신도림 ‘우성1·2·3차’(642세대) △송파구 문정 ‘시영’(1316세대)·‘문정 건영’(545세대) △강동구 길동 ‘우성2차’(811세대) 등 7개 단지(6482세대)다. 하지만 시범단지들은 용역업체를 찾지 못해 수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남산타운은 설계업체 두 차례 입찰이 유찰 수의계약을 검토 중이다. 신도림 우성1·2·3차는 입찰에 참여하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업체를 선정한 송파구 ‘문정시영·문정건영’도 두 차례 유찰을 겪었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이 리모델링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설계 작업에 뛰어드는 것을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달청 발주로 진행되다 보니 입찰자격 심사가 까다롭다는 점도 업체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요인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리모델링 사업은 안전진단과 안정성 검토가 각각 두 차례씩 진행되면서 더욱 까다롭고 복잡해 졌다”며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복잡한 규제를 일원화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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