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개학연기’ 설립허가 취소 근거인 “공익 해하는 행위”
정부 공인 교육단체 자격, 사립유치원 대표성 잃게 돼
청문 남았지만, 취소 확정시 행정심판·소송 등 제기 전망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대해 "공익을 해치는 사실 행위가 있어 설립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대해 "공익을 해치는 사실 행위가 있어 설립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사립유치원들의 집단 개학연기를 주도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설립허가를 취소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유총은 앞으로 진행될 청문 과정에서 최대한 소명하고,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을 해치는 사실 행위가 있어 설립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유총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사립유치원의 집단 개학연기를 주도한 한유총의 최근 행위가 민법 제38조에서 규정한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 본다.

조 교육감은 “한유총은 회원 상호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유치원 운영 관리에 관한 연구 및 유치원의 건전한 육성과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했지만, 법인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해 학부모를 동원하는 유아와 학부모 등 공공의 피해를 발생하게 하는 사업 행위를 매년 반복해 왔다”고 설명했다.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판례가 정의한 공익을 해하는 행위는 ‘법인의 기관이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사원총회가 공익을 침해하는 결의를 한 경우’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한유총에 설립허가 취소 예고 통지를 보내는 등 즉각적인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설립허가 취소 예고 통지는 관련 절차의 첫 단계다.

서울시교육청은 법인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필요한 ‘청문’ 일정도 잡았다. 교육부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교육부령) 제9조는 ‘주무관청은 민법 제38조의 규정에 의하여 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청문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먼저 오는 8~12일 중 청문을 주재할 전문가를 선정하고, 오는 25~29일 중 청문을 열어 한유총의 소명을 듣는다는 계획이다. 청문을 주재할 전문가는 교육청과 한유총간 이해관계가 없는 행정학·법학 관련 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이 대상이다.

청문을 거치면 최종 설립허가 취소는 다음 달 중 확정될 예정이다. 취소가 결정되면 청산 절차가 진행된다. 이때 한유총의 잔여 재산은 주무관청인 서울시교육청으로 귀속된다. 잔여 재산은 약 5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유총은 처분 결정을 고지한 날부터 90일 또는 처분 조치가 이뤄진 날부터 180일 안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행정심판은 행정청의 부당한 처분으로 권리 및 이익을 침해받은 국민이 법적으로 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심판 청구는 행정처분을 행한 행정청 혹은 상급 행정기관에 하고, 해당 행정심판위원회에서 행정심판의 청구를 수리해 이를 심리·의결한다. 교육부에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라는 특별행정심판기관이 있다.

행정심판이 기각되더라도 한유총은 행정소송을 통해 또다시 서울시교육청의 설립허기 취소 처분이 적법한지 법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

한유총 측은 일단 청문 과정에서 법인 설립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점을 최대한 소명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설립허가가 취소된다면 해당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과 행정심판 및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 다툼은 한유총의 최근 집단 개학연기 주도 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서울시교육청의 처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지 않거나 행정소송 등에서 패소가 확정될 경우, 한유총은 정부 공인 교육단체 자격을 상실한다. 이 경우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교육문제와 관련해 정부와의 대화 주체가 될 수 없고, 사립유치원들의 친목·이익 단체로 성격이 바뀐다. 법적 대표성을 갖지 못하는 만큼 동요한 소속 유치원들이 대거 탈퇴할 가능성이 크다. 한유총이 해산될 경우 인적 구성이 유사한 다른 단체가 생겨날 수도 있다.

다양한 사립 유치원 단체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한유총 지도부의 강경 기조에 반발한 일부 회원이 탈퇴한 후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앞서 한유총은 교육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에듀파인(국가회계관리시스템) 도입 철회 ▲회계비리 시 형사처분을 골자로 하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철회 ▲폐원 시 학부모 ⅔ 이상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 ▲사유재산 인정 ▲시설사용료 비용처리 인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 4일 집단 개학연기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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