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제로페이 도입 2달째···현장 상인들은 결제 사용법 거의 몰라
홍보 나서지만 소비자들 ‘제로페이’ 사용률 낮아
서울시 “늦어도 3월까지 제로페이 가이드 통해 이용률 증대 위해 노력”

서울시는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자 지난해 12월20일부터 2달 간 제로페이를 시범 시행 중이다. / 자료=서울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시는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자 지난해 12월20일부터 2달 간 제로페이를 시범 시행 중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제로페이 가맹점은 맞는데, 저희 가게는 결제한 적이 없어요.”

서울시가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자 지난해 12월20일부터 2달 간 제로페이를 시범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수수료 0%’, ‘간편 결제’를 내세웠던 제로페이의 현장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간편 결제를 하는 것이 상인, 소비자 모두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제로페이는 QR코드를 활용한 계좌이체 기반의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한 후 결제 금액을 입력하면 해당 금액이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낮은 원가비용으로 소상공인들은 기존 카드수수료보다 낮은 0~0.5%의 결제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결제 후 금액이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고 소비자도 40%라는 높은 소득공제율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카드수수료율의 부담이 완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기자가 찾은 ‘제로페이존’···사용률 거의 ‘0’에 가까워

하지만 제도 도입의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실에서 제로페이는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었다. 기자는 지난 5일 오전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영등포 지하상가 등지에 마련된 제로페이존을 찾아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가 붙어있는 가게를 둘러봤다.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매장 입구에는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가 붙어있지만 실제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들어서자 어렵지 않게 제로페이 가맹점을 찾을 수 있었다. 지하상가 한 옷가게에 방문해 물건을 고른 후 “제로페이로 결제 되나요?”라고 묻자, 상인 이아무개씨(27)는 “제로페이를 찾는 손님은 손님(기자)이 처음”이라며 “제로페이 QR코드를 가게 내부에 붙인 지 한 달반 정도 됐는데 제로페이로 결제하거나 제로페이를 찾는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이아무개씨(45)는 “비트코인이 뜰 때는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했고,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을 때는 알리페이를 쓰라고 교육하더니 이번에는 제로페이”라면서 “정부에서 나와 홍보도하고 교육도 해줬는데 실제 구매가 이뤄진 적은 손에 꼽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점심시간 이후 찾은 영등포 지하상가의 제로페이 가동률 역시 저조했다. 제로페이가 시행된 지 2달 정도 지난 탓에 제로페이존 지하상가 상인들은 제로페이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아니었다.

이날 기자가 지하상가 매장 대부분을 돌아봤지만 제로페이로 결제하거나 제로페이를 찾는 손님은 기자 한명 뿐이었다. 물건을 사기는 더 어렵다. 제로페이 교육이 상인들에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아무도 제로페이를 찾지 않는 탓에 제로페이 QR코드를 붙여둔 가게가 적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제로페이 가맹 스티커가 붙어있는 한 가게에 들어가 제로페이 결제 여부를 묻자 아르바이트생 김아무개씨(23)는 “우리 가게는 결제가 안 된다. 할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악세서리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제로페이로 결제하겠다는 기자의 물음에 직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악세서리 가게 직원 김아무개씨(29)는 “하루에 한명 정도? 제로페이로 결제하려는 손님은 거의 없다. 하루에 한명 있으면 많은 편”이라며 “제로페이 시스템을 도입한지는 1달 반 정도 됐는데 사용을 안하니까 사용법 조차 생각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하상가 상인 김아무개씨(32) 역시 “제로페이로 결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제로페이를) 찾은 사람도 없다. 홍보차 지하상가에 찾은 서포터즈나 공무원들은 많았는데 소비자들은 그 때만 잠시 관심을 보였다. 그 후로는 제로페이를 찾는 사람은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곳곳에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곳곳에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제로페이, 사업 예산 비해 결제 실적 낮아···전체 개인카드 결제 중 ‘0.0003%’ 불과

제로페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서울시와 정부는 수개월 전부터 홍보에 힘써왔다. 서울시청 벽면은 물론 매장, 지하철 역사, 버스 정류소 등에 대형 광고판을 부착했다. 또 제로페이의 인지도 확산을 위해 유동인구가 비교적 많은 강남 고속터미널과 영등포역 지하상가를 ‘제로페이존’으로 조성했다.

아울러 제로페이 확산을 위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예산도 투입했다. 서울시는 광고 및 QR키트 제작 등에 2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했다. 주무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에선 가맹점을 모집하는 영업사원 제로페이 서포터즈를 고용하는 데 29억원의 사업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결제 실적은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연령대별 모바일 지급 서비스 이용률은 20대(53.6%), 30대(50.6%), 40대(28.0%), 50대(8.5%), 60대(2.1%)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을수록 보안 문제, 인터넷 사용 미숙, 구매 절차 복잡 등의 이유로 모바일 지급 서비스 사용률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또 QR코드 스캔을 사용해본 경험은 20대(30.8%), 30대(18.0%), 40대(9.8%), 50대(2.1%), 60대(0.5%)로 모바일 지급 서비스 이용률보다 더 낮았다. 중장년층의 모바일 결제 이용률이 높아지지 않는 이상 실질적으로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건 20대와 30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대와 30대의 젊은 소비자들도 제로페이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학생 김아무개씨(27)는 “페이코, 카카오페이 등 다양한 간편결제를 쓰고 있는데, 지하상가에선 간편결제 보다는 현금이 더 편한 것 같다. 예전부터 (지하상가에서는) 현금으로 결제해서 그런 것 같다”며 “솔직히 제로페이에 대해 정확히 아는 대학생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제로페이 결제실적은 8633건, 결제금액은 약 1억994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달 국내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 결제 건수 15억6000만건과 비교하면 0.0006%, 결제금액 58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0.0003%에 불과하다. 또 1월31일 기준 제로페이에 정식 등록한 가맹점이 4만6628개였다. 한 달동안 가맹점당 거래실적은 0.19건, 4278원에 그쳤다.

다만 서울시는 아직까지 제로페이에 대한 제도를 보완·개선하는 단계라며 지금까지 두 달간의 실적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서울시 제로페이추진 관계자는 “소비자가 제로페이 가맹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늦어도 3월까지는 제로페이 가이드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가맹점 확산과 소비자 홍보를 병행해 제로페이 이용률을 높이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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