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미세먼지 폭탄과 친환경차
  • 김성진 기자(star@sisajournal-e.com)
  • 승인 2019.03.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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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중국발 미세먼지 못 막는데 친환경차 소용 있을까 의문

이 정도면 재난 수준이다. 숨이 턱 막히고 눈과 코가 따갑다. 집밖을 나서기가 두렵다. 마스크 착용이 미세먼지를 차단시켜줄 거란 믿음은 버린 지 오래다. 다만 정신적 위로가 될 뿐이다. 창문을 다 틀어막고 집안에 콕 박혀있고 싶지만, 실내에 고여 썩은 공기가 더 위험하단 얘기도 있다. 그렇다고 바깥에 뻔히 보이는 시커먼 먼지들을 집안으로 끌어들일 수도 없다. 진퇴양난이다.

미세먼지는 이제 일상이 됐다. 환경부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제주도에도 사상 처음으로 비상이 걸렸으며, 새벽 초미세먼지 농도는 160㎍/㎥를 찍으며 관측 이래 최악 수준을 보였다. 매일 울리는 미세먼지 비상에 주변 사람들은 “이민가고 싶다”거나 “해외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는 맑은 하늘 보기 어렵다는 것을 통찰한 셈이다.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한다면 개선의 희망이라도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넘어오는 것이라면 당최 해결 방도가 없다. 디젤차를 퇴출하고, 화력발전을 줄여도 미세먼지 폭풍이 중국으로부터 바다를 건너 한국을 습격한다면 말이다. 학술적으로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에어비주얼’과 ‘어스’라는 사이트를 보면 우리나라가 중국 미세먼지 영향권 아래 있다는 게 명확히 보인다. 이쯤 되면 중국을 설득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보다 차라리 편동풍을 기도하는 게 빠를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런데 친환경차가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국내 돌아다니는 가솔린과 디젤차를 모두 전기차로 바꾼다고 해서 상황이 좀 나아질까? 수소전기차가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발 미세먼지에 덮힌 서울 하늘이 푸르게 변할까? 노후 디젤차가 도심을 지배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친환경차를 타도 미세먼지가 해결되지 않을 거란 점은 다소 맥 빠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친환경차가 미세먼지 해결 첫 번째 방안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친환경차 득세는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로 클린디젤 환상이 깨진 탓이 더 크다. 전기차 기술 발전과 디젤게이트가 맞물려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은 앞 다퉈 내연기관 단종 계획을 내놨고, 실제 국내에서도 친환경차 판매는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나오는 족족 매진이다. 싸고 효율적이고, 게다가 친환경적인데 전기차를 거부할 이유는 딱히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전기차,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차량 앞에 붙는 ‘친환경’ 딱지가 국내 상황과 맞지 않는 게 못마땅할 뿐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에서 친환경차 보급률과 미세먼지 발생량 사이의 상관관계는 앞으로 성립될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에는 1급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어, 폐질환과 심장병 그리고 암 발병률을 높인다고 한다. 미세먼지로 인해 느닷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인구도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다고 한다. ‘백세시대’라고 예전부터 떠들지만, 중국발 미세먼지를 막지 못하는 이상 모두 ‘아픈 백세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런데 친환경차를 타서 뭐할까. 친환경차 타는 ‘아픈 백세’일 뿐인데.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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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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