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하나은행장 내정자, 자타공인 중국 전문가
진옥동 신한銀 내정자는 일본통·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미국통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내정자,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 사진=각 시중은행

글로벌 전문가들이 국내 시중은행장에 발탁되고 있다. 은행마다 국내 영업 시장의 포화로 눈길을 해외로 돌리면서 해외통들의 은행 최고경영자 발탁이 주를 이루는 분위기다. 특히 은행마다 글로벌 사업 비중을 높이고 이익도 크게 늘리고 있어 글로벌 감각을 가진 은행 임직원의 중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달 28일 연임을 포기한 함영주 하나은행장 후임으로 지성규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 겸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총괄 부사장을 은행장에 내정했다. 이에 3대 시중은행의 은행장 및 은행장 내정자가 모두 글로벌 전문가들로 채워지게 됐다. 지 내정자는 오는 2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행장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지 내정자는 하나은행에서 글로벌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했다. 지난 2001년 하나은행 홍콩지점장을 시작으로 18년 넘게 해외에서 글로벌 금융감각을 익혔다. 그는 이후 2007년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설립단 팀장, 2010년 하나금융지주 차이나데스크팀 팀장을 거쳤다. 2011년에는 하나은행 글로벌전략실 실장(본부장), 2014년에는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해외 점포 순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해외 점포 당기순이익은 285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6% 증가했다. 현재 하나은행은 해외 24개국에 네트워크 유지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2025년 글로벌 이익 비중 40% 목표에 맞춰 글로벌 영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하나은행은 중국, 동남아 진출 외에 중남미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 멕시코 법인 영업을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최종 허가받았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멕시코시티에 사무소를 연 후 법인 영업을 인가받으면서 본격적인 영업을 하게 됐다. 이에 멕시코에 있는 국내 기업과 교민, 현지인을 상대로 영업을 확대해 해외 수익을 늘릴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성규 내정자는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을 역임하며 전략, 재무, 영업 전반에 탁월한 식견과 경험을 갖췄다”며 “이 바탕으로 하나은행의 위상강화와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최고의 적임자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진옥동 행장 내정자도 자타공인 일본통이다. 진 내정자는 1986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1997년 일본 오사카지점에서 차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한국에서 여신심사부, 자금부 등을 거쳤다. 2008년 일본 오사카에서 지점장을 지냈고 2011년 일본 SH캐피탈 사장, 2014년 SBJ은행 부사장, 2015년 SBJ은행 법인장을 맡았다. 

신한은행의 올해 해외 점포 순이익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32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8% 증가했다. 증가율도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의 해외 점포 순이익은 은행 전체 순이익에서 14.1%를 차지한다. 진 내정자는 앞으로 신한은행을 이끌며 이 비중을 20% 이상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글로벌 감각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손 회장은 지난 1994년 미국 뉴욕지점 과장으로 근무했다. 2006년에는 LA지점 지점장을 맡았다. 이후 글로벌사업본부 집행본부장, 글로벌부문 부문장을 역임했다. 

우리은행의 해외 점포 당기순이익은 2000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7% 늘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이익은 국내 최대 및 글로벌 20위권 수준인 26개국 441개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해외 영업 성공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다. 지점만 만든다고 영업이 되지 않는다. 외국계 은행과의 경쟁도 쉽지 않다.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를 알아야 제대로 전략을 짤 수 있다”며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임원들이 행장이 되면서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전략을 치밀하게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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