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엠코 플로리체와 본안 소송중…2차 조정기일에 자사 시공한 입주자 측도 참가 앞둬
法, 앞서 가처분신청서 현대건설 손 들어줘

현대건설이 위례신도시 엠코 플로리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를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 절차를 진행중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건설이 위례신도시 엠코 플로리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를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 절차를 진행중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무단 사용한 아파트 입주민과의 소송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법원이 본안 소송에 앞선 가처분결정에서 현대건설 측 손을 들어줬음에도 강공 드라이브를 펼치는 것이다. 아파트 브랜드 중시 풍토가 갈수록 커지자 무단 사용 사례를 원천 차단하고 브랜드 가치를 사수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말 위례신도시 엠코 플로리체 입주민과의 소송을 담당할 소송대리인을 신규 선임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게 된 변호인은 특허분쟁소송 전문 변호사다.

또 법원에서 조정절차가 진행 중인데 현대건설은 법원에 자사가 직접 시공한 힐스테이트 입주자 대표자들이 조정참가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법원은 1차 조정기일 직후 이를 받아들여 엠코 플로리체 인근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아파트 입주자 대표도 조정 참가인으로 참여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로 예정된 2차 조정기일에는 힐스테이트 입주자 대표 두 명도 법원 절차에 참여해 현대건설 주장에 힘을 보태게 됐다.

해당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엠코 플로리체를 시공한 현대엠코는 2014년 4월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됐고 엠코 브랜드는 자연히 단종됐다. 합병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이 분양한 아파트는 모두 힐스테이트를 달았지만 당시 이미 분양 완료된 엠코 플로리체는 단지명을 유지한 채 입주를 시작했다. 입주민들은 단종된 엠코 대신 브랜드파워가 강한 힐스테이트로 교체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브랜드 상표권자인 현대건설과 입주자 대표는 협의에 들어갔다.

다만 브랜드 사용 논의에 대해서 양측은 확연한 입장차를 보인다. 엠코 플로리체 입주자대표회의는 ‘과거 현대건설 담당자와 상표사용 협의를 마쳤는데 인근 힐스테이트 단지 입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현대건설이 돌연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반면 현대건설은 ‘브랜드 사용을 허락한 적이 없는데 입주자 측이 힐스테이트 위례 중앙이라고 이름을 변경하며 브랜드를 무단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현대건설은 지난해 해당단지가 자사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을 중단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 담당재판부(당시 재판장 구회근 서울중앙지법 민사제2수석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채권자인 현대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채무자인 엠코 플로리체가 현대건설로부터 해당 브랜드 사용을 허락받았다고 소명할만한 자료가 없는데도 해당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상표권을 침해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가처분 결정에서 현대건설에 승기를 쥐어줬지만 회사 측은 이후에도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는 해당 건설사의 얼굴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데 무단 사용으로 브랜드 가치 하락을 유발하는 일을 막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일 브랜드 사용에 따른 명칭 혼돈과 희소성 소멸로 인한 기존 아파트 입주민의 재산상 피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건설사가 적극 대응하는 게 소비자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현대건설과 엠코 플로리체 간 본안 소송 결과도 기존 가처분 결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조정위원 경험이 있는 한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아파트 입주민과의 분쟁은 입주민이 많은 만큼 입장도 다양해서 여타 사건에 비해 조정성립이 어렵다”며 “해당 브랜드를 달고 있는 타 아파트의 가치 하락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 가처분결정 그대로 판결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형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는 집값 띄우기에 무시 못할 효과를 일으켜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더 커지는 추세다. 최근 부동산 시장 조사업체인 닥터아파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주 프리미엄 등 투자가치가 높고(47%) 브랜드 이미지가 좋기 때문(41%)이라는 이유로 특정 건설사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는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34.9%로 GS건설 자이(18.2%)를 제치고 1위로 뽑혔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10.3%), 롯데건설의 캐슬(9.5%), 대우건설의 푸르지오(8.7%)는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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