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계좌인증‧보안 등 요건 갖춘 업체만 운영 인가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소개된 지는 오래됐으나, 아직도 이 주제를 다룰때 암호화폐와 관련된 내용은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인식에 암호화폐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는 거래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고는 진행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법정 화폐와 암호화폐가 거래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현 제도와 가장 민감한 주제들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도상에서 거래소 설립을 하려면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서류를 갖춰 신고하기만 하면 된다. 설립 단계상에서 유사시를 대비한 최소자본금, 보안장치, ‘고객알기(Know Your Customer, KYC)’ 등 이용자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들이 없더라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별다른 기준이 없어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점 때문에 현재 영업을 하고 있거나, 준비중인 암호화폐 거래소 수는 세자리를 넘겼다. 가격하락에 의해 시장의 관심도가 줄어듦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량 자체도 많이 줄었다. 즉 거래소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으나, 서비스의 공급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공급자인 거래소는 사업의 생존을 위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거래소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거래를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경품처럼 가입 시 무료로 특정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에어드랍부터 ▲보유할 경우 거래소 수익이 배분되는 거래소가 발행한 암호화폐를 거래기여도에 따라 지급하는 트레이드 마이닝, ▲매도호가에 있는 물량을 거래소가 구입하는 바이백 등 현행법상 그 행위의 법률적 적정함을 판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수익보상구조들이 설계 및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이 복잡한 거래소 수익보상 구조는 차차 풀어나갈 수 있는 사항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거래소에 예치된 거래소 이용자들의 재산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거래소 발행 암호화폐를 오픈 전에 판매한다며 암호화폐를 받고 판매 페이지를 닫고 잠적하거나, 운영하는 도중에 공지 없이 거래소를 폐쇄하는 등, 속칭 먹튀 사건이 발생하면 이용자는 예치한 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먹튀 사건 외에도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거나, ▲유통하지 않기로 되어있는 암호화폐들을 시장에 판매하는 행위, ▲또는 거래소 물량의 판매가 우선적으로 이뤄지게 하는 등 운영하는 입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악용해 거래소 이용자들에 손실을 전가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업체들도 존재한다.

이런 문제들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 거래소 인가제 도입은 효율적인 대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부 사항들은 정하기 나름이겠으나, 실명 및 계좌인증, 거래소의 보안기술 등이 갖춰진 업체에 대해서만 거래소 운영을 인가한다면 자격미달 거래소들이 운영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거래소 이용자의 자산이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라이선스 취득 기준으로 자금세탁방지 의무, 거래내역을 바탕으로 한 과세자료 제공 의무 등을 채택한다면 소모되는 사회적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해외의 경우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거래소 인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 태국, 일본, 스위스에서는 거래소 영업을 위해서 라이선스 취득이 필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된 내용은 이용자 보호와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관련된 항목들이다. 이는 국내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에 효율적인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산업을 선도하는 거래소들의 노력으로 이전보다는 나아진 상황이지만, 명확한 규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거래소 이용자들의 자산 보호와 암호화폐 및 거래소의 자금세탁 활용 예방일 것이다. 이는 거래소와 정부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거래소 인가제가 도입되는 것은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건전한 블록체인 생태계 형성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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