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감산 독려···주요 산유국 감산 행보, 하반기 연장 전망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급락하며 변동성이 커졌다. 주요국 경제 지표 부진 속 수요 감소 우려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 상승을 경계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향후 유가 상승세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계속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의 감산을 촉구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도 함께 나온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원유(WTI)를 기준으로 지난 1일 배럴당 55.80달러까지 하락했다. 2월말에 비해 배럴당 1.42달러 급락했다. 3월중 60달러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배럴당 65.07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전월말 대비 1.24달러 하락했다. 이에 올해 들어 2개월만에 30% 이상 회복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는 한숨 돌리는 상황을 맞았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세의 원인으로는 주요국 경제 지표 부진이 지목되고 있다. 중국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개월 연속 둔화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원유 수요 측면에서 부진 가능성이 부각됐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가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54.2를 기록하면서 시장 전망치인 55.6을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유가 변동에 주요 변수로 등극한 주요국 경기 침체 가능성 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가 관련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유가가 너무 오르고 있으며 OPEC은 진정해야 한다세계는 유가 급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유가가 너무 오르고 있으며 OPEC은 진정해야 한다"며 "세계는 유가 급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사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유가가 너무 오르고 있으며 OPEC은 진정해야 한다”며 “세계는 유가 급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사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반면 주요 산유국들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상관없이 감산 합의를 이어 나갈 것이라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OPEC 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감산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OPEC은 진정하고 있다면서도 감산은 하반기에도 연장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주요 산유국들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국제유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OPEC 회원국들은 감산 합의를 이행하면서 올해 원유생산량을 하루 3080만 배럴 수준으로 줄인 상태다. 이는 지난 2015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말 OPEC 회원국들의 일평균 생산량 3160만 배럴에 비해서는 일평균 80만 배럴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국제유가의 완만한 상승세를 흔들 요인으로는 미국의 실력행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은 NOPEC(석유생산자담합금지) 법안을 통해 OPEC 감산 합의 국가들에 대한 미국내 자산 몰수와 제재를 실행할 수 있다. 이 법안은 지난달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로 본회의 표결을 남겨둔 상태다. 

2010년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생산량 추이 / 표=유안타증권
2010년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생산량 추이 / 표=유안타증권

국제유가의 향후 추세를 가늠할 분수령으로는 60달러 중반대가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유가가 배럴당 65달러를 상회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또 미국 셰일 오일 생산 업체들이 배럴당 50달러대 수준의 환경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 유가가 60달러대 이상으로 치솟는 환경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민경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과 미국 셰일기업의 파산을 모두 원하지 않는 만큼 적절한 개입 시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국제유가가 현재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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