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 열고 향후 북미 대응방안 등 논의
청와대 “각종 채널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파악이 우선”
전문가들 “문 대통령 올해 상반기 북미 입장 파악 후 중재역할 하는 데 힘쓸 것”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습.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습.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결국 아무런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북미 양국은 여전히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여전히 이견차는 존재하고 있다. 이에 북미 협상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중재·촉진자 역할을 맡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하노이 담판 결렬의 충격을 뒤로하고 북미 정상의 재회동을 위한 중재 역할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6월14일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NSC회의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및 대응방안이 주 핵심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상황을 평가하고 향후 초점을 둬야 하는 쟁점 등을 확인하는 자리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고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도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중재역할에 나설 것을 피력한 바 있다.

◇ 靑 “북미 정상과 접촉 전 정확하게 상황 판단이 먼저”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중재를 위해 우선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북미 정상과의 접촉을 시도하기 보다는 각종 채널을 통해 북한과 미국의 의견을 파악한 후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하노이 회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실제로 어떤 대화가 오갔고, 어디서 매듭이 꼬였는지 등 회담 상황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와대는 회담 결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기자회견 등 북미 각자가 밝힌 입장, 한미 정상의 25분 통화 등으로는 정밀한 실상 파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 대변인은 “정확한 진단을 내린 뒤 문제를 풀기 위한 문 대통령의 행동을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미 양측의 입장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르면 5일 워싱턴DC로 향해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날 계획이다.

문제는 북한과의 소통 방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만남을 어떤 방식으로 이뤄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대북특별사절단이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해 두 차례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북미 간 메신저 역할을 하며 교착 국면을 타개했다. 또 24시간 비상연락이 가능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접촉을 통한 실무접촉 등 물밑 접촉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재구성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도 크다.

아울러 한미 정상 간 핫라인 가동에도 힘이 실린다. 이에 김 대변인은 “각 채널을 통해 27~28일 정확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면밀한 진단을 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러 다시 가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도훈 본부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서 미국 쪽과도 접촉할 것이고 북한 쪽과도 접촉을 통해서 입장도 들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북미 입장 검토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필요한 것 요청할 것”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지금 상황에서 사실 의미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북미 간 하노이 회담이 이미 결렬된 상황에서 중재역할은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관측에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양국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향후 남북미 3자간 대화를 모색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아마 두 가지가 병행될 것”이라며 “첫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에서 언급한대로 3월 또는 4월쯤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 방문해 한미정상회담을 여는 일정을 고려할 것이다. 그 다음 양쪽 입장을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판문점 또는 제3의 지역에서 만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 평론가는 “양쪽 입장을 충분히 확인, 검토한 후에 문 대통령은 중재안을 만들 것이고, 북미 양자를 만나면서도 우리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미 모두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의 남북경협 추진”이라며 “북미가 문 대통령의 중재역할을 통해 어느 정도 합의해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면, 3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남북미 3자간 회동이 이뤄질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문 대통령이 올해 상반기 내 반드시 추진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하노이 정상회담이 이미 결렬된 상황에서의 중재는 사실상 늦은 감이 있어 의미가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그동안 중재역할을 해왔음에도 북미정상회담 (결렬된 것)관련 정보에서 소외된 점에 대한 이유를 파악하고 북미 사이에서 중재역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미국은 결국 빅딜을 원한다. 당초 이견차를 보이던 때로 양국이 돌아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국면까지 끌고갈 생각인 듯하다. 이번에도 북한은 영변 핵시설(플러스 알파는 제외)을 내주고 대북제재 부분해제, 특히 남북경협 관련 부분을 딜 하려고 했고 실무협상에서도 합의를 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끝까지 쥐고 갈 생각에 이번 협상을 결렬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빅딜인지 노딜인지 또는 스몰딜인지 미들딜이 필요한지 등을 파악하려고 할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국 측이 발견한 또 다른 핵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을 기반으로 그것에 대한 조치 등을 북한과 논의하는 중재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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