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사내이사 선임 반대표 행사했으나 번번이 부결···국세청 세무조사 속 다음달 15일 주총 주목

조현준 효성회장과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효성, 편집=디자이너 이다인
조현준 효성회장과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효성, 편집=디자이너 이다인

대한항공 및 한진칼 사태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주주총회에서의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효성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꾸준히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종이호랑이’와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표명한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효성이었다. CEO코어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효성 주총 안건 반대율은 66.7%로 조사대상 기업 평균(16.3%)을 월등히 웃돌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수년간 국민연금이 조현준 회장 등 오너일가 이사선임과 관련해 반대의사를 표명해왔지만 실질적으론 별 영향을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효성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당시 조석래 회장 및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조세포탈 및 횡령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 때문이었으나 결과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도 과도한 겸임 및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조 회장은 지난해 2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바 있고 조 사장은 미국 부동산 취득과정에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해 벌금과 추징금을 납부했다. 허나 역시 이들은 안정적으로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도 있었다. 2017년 김상희 변호사, 한민구 서울대 명예교수, 이병우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부결시킨 것이 그나마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효성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다. 허나 오너일가와 관련한 국민연금의 반대표는 주총에서 힘을 쓰질 못했다.

다음달 15일 열리는 올해 효성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에상되지만, 역시 상징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0.03% 지분의 한계를 뛰어넘을만한 변수가 없기 때문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한진칼의 경우와 달리 효성은 오너일가 우호지분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오너일가가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아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 힘든 것이고, 결국 이사선임에 반대한다는 상징적인 액션 정도의 결과만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적 분노를 자아낸 대한항공의 경우 여론을 등에 업고 적극 주주권행사도 검토하고 분위기를 바탕으로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는 시도도 가능하지만, 효성은 모든 길이 막혀있다는 것이다.

다만, 앞으론 분위기가 바뀔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오너일가가 반복해서 사회적 물의를 빚을 경우 국민연금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회적 풍토가 자리잡아갈 것이란 전망이다. 효성은 사주일가의 개인 사건 변호사 비용을 대신 부담한 혐의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한진칼 사례는 본보기고 앞으로 오너일가가 법적, 도덕적 빈틈을 보이게 될 경우 국민연금의 영향력 행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행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