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베트남 멜라아 호텔에서 심야 기자회견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 내용과 차이
“민수경제·인민생활 항목 제재 해제 시 영변 포함 핵시설 영구 폐기”
최선희 “김정은, ‘미국식 계산법’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느낌 받아”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사진=연합뉴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제재 ‘전면 해제’가 아닌 ‘일부 해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과는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오전 0시13분(현지시간, 한국시간 오전 2시 13분)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베트남 하노이의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의 중 1차 조미수뇌상봉회담을 이끈 신뢰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 제안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 핵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논의 내용을 설명했다.

특히 제재 해제와 관련해 리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부담을 고려해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핵실험,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제시하겠다는 용의도 밝혔다고 리 외무상은 밝혔다.

그러면서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면서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완전한 비핵화에로의 여정에는 반드시 이러한 첫 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대한의 방안이 실현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이런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향후 북미 회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내비쳤다. 회견에 배석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리 외무상의 회견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민수용 제재결의의 부분적 결의까지 해제하기 어렵다는 미국 측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제가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제가 수뇌(정상)회담을 옆에서 보면서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에서 하는,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서 좀 이해하기 힘들어하시지 않는가, 이해가 잘 가지 않아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안에 대해서 미국 측이 이번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며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다시 미국 측에 차려지겠는지(마련되겠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장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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