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신한금융에 이어 하나금융지주도 도입
금융사, '수탁 자산 증대' 초점

금융지주들이 잇따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지침)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수탁 자산 증대를 꾀하는 금융사들이 국민연금의 가산점을 받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금융지주들이 잇따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지침)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수탁 자산 증대를 꾀하는 금융사들이 국민연금의 가산점을 받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금융지주들이 잇따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지침)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수탁 자산 증대를 꾀하는 금융사들이 국민연금의 가산점을 받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 KB금융·신한금융에 이어 하나금융까지…너도나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말부터 KEB하나은행 신탁부를 중심으로 전 계열사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주주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하나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 계열사들에서 운용하는 총 수탁 자산은 약 108조원 규모다. 수탁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KEB하나은행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통해 수탁 자산의 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계열사별로 보면 지난달 하나UBS자산운용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하나금융의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인 하나벤처스가 1분기 중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예정이다.

스튜어드십 도입 배경에 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제 단순 투자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신탁이라는 게 믿고 맡긴다는 의미인 만큼 고객들의 자산을 보다 잘 운용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나섰던 KB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은행, 증권, 손보, 생명, 자산운용, 인베스트먼트 등 6개 계열사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바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주 차원에서 2017년 9월에 도입하기로 했고 이듬해 3월 각 계열사가 도입에 완료해 시행하고 있다”며 “지분이 높진 않지만 수탁기관으로 고객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2017년 말 계열사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데 이어 타 계열사의 추가 도입도 검토 중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 내 계열사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 중이다”라며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으나 타 계열사 도입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배경…‘수탁 자산 증대’ 목적

KB금융과 신한금융에 이어 하나금융까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나선 데에는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 고객의 신탁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일차적으로 깔려 있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잇따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자산운용사가 위탁운용사 선정 시 가산점을 부여받을 수 있어서다.

기존에는 위탁운용사가 투자일임재산에 속하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투자자로부터 위임받는 것이 제한됐다. 그러나 이달부터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연기금 및 공제회의 의결권을 투자일임업자에게 위임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이 위탁 중인 약 60조 규모의 주식 의결권을 투자운용사가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해진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금융사에게 가점을 부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사 입장에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수탁 자산 증대를 노릴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연임을 둘러싼 논란을 상쇄시키기 위함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지주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언을 하고 관여하겠다는 의미”라며 “최근 함영주 행장 연임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하나금융의 경우에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같은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도입해서 대내외적 소란을 차단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