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 투자 원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선 엘리엇과 잦은 충돌 불가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주총 시기가 다가오자 그동안 조용했던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간단히 말해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가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환원해야 한다는 것인데, 미래차 결기에 나선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겐 부담스러운 요구다.

미국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은 지난 27일 자신들의 주주제안을 지지해달라며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보낸 서신을 공개했다. 해당 서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1주당 2만6399원 배당금 ▲이사회 규모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전문성 갖춘 사외이사 2명 선임 등을 주총 의안으로 제시했다.

이 중 핵심이 되는 것은 결국 주주 환원이다. 엘리엇 측은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의 순 현금 자산은 경쟁사 대비 과대한 초과자본 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현금성 자산을 불확실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등 관리에 있어 오류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주주 및 시장의 불안 및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이 정도 규모(1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하더라도 현대모비스의 재무제표상 초과자본의 절반 이상을 유지하게 되며 순현금 자산을 업계 경쟁사 기준으로 맞추고 미래 성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기회를 보전하는 과정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의선 부회장의 시선은 더 먼 미래를 보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대내외 악재로 순탄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 부회장은 수소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기술 투자를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당장의 수익을 원하는 엘리엇과 같은 펀드들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정확히 반대된다.

결국 엘리엇과 정 부회장은 향후 배당 문제 등으로 계속해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오너경영 체제하에 있는 한 재계 인사는 “오너 경영의 가장 큰 장점은 수익을 미래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늘 당장의 배당을 원하는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들어 기업들의 배당액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배당을 발표한 823곳의 배당액은 아직 발표를 안한 곳이 300곳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29조426억원으로 지난해 배당 총액 27조9253억원보다 1조1173억원(4%)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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