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본사차원서 ‘영종자이’ 지난 22일부터 추가할인…일부타입 사흘만에 소진
건설사 미분양 리스크 장기화 우려에 현금흐름 확보 차원
사는 동시에 ‘1억 번다’며 투자자 우르르 몰리기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주택시장에 미입주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떨이’ 아파트 분양이 늘고 있다. 돈맥경화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건설사가 할인 분양으로 재고 소진에 나선 것이다. 특히 수년 전부터 할인 분양에 나섰던 한 단지는 할인에 추가할인까지 얹어주면서 최초 분양가의 반값에 분양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 중구 영종국제신도시에 있는 ‘영종자이’를 시공한 GS건설은 10여년 간 미분양이던 가구를 털어내기 위해 지난 22일부터 추가 할인에 들어갔다. 164㎡(구 59평형)의 경우 3억7000만원대에 분양했는데 이는 10여년 전 최초 분양가격이 6억8000만~7억2800만원이었던 것에 견주어보면 정확히 반값에 내놓은 셈이다. 이는 이른바 맘카페로 불리는 인천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추가할인 홍보글이 올라오면서 투자목적으로 사려는 사람들이 운집하며 43가구가 판매 사흘 만에 완판됐다. 뿐만 아니라 분양 당시 17억원에 육박하던 320㎡(구 97평형) 펜트하우스도 반값할인으로 8억원까지 주저앉으면서 판매 종료됐다. 현재는 164㎡(구 49평형)만 소량 남았고 3억2000만원대로 이 역시 분양가의 반값 수준이다.

할인된 분양가는 현재 KB국민은행이 공시하는 시세보다도 1억원 이상 저렴하다. 또 해당지역은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곳이어서 전체 분양가의 70% 가량 대출이 나와 자기자본은 1억원도 채 들이지 않고도 대형평형 매입이 가능하다. 해당 단지 분양을 해온 분양대행사 측은 “과거 분양가보다 저렴한 것은 물론, 현재 KB금융 시세와 견주어봐도 지금 할인가격은 1억~1억5000만원 이상 낮다”며 “사자마자 최소 1억은 먹는다며 우르르 몰려들며 10년간 속썪여온 단지 거의 모든 가구가 번개처럼 분양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트렌드에 맞지 않는 미분양 대형평형이 부담 돼 회사 차원에서 최근 할인 분양에 들어갔다. 장기 미분양으로 인한 단지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아건설은 일산 덕이동에 지난 2011년 준공한 ‘하이파크 파밀리에’를 할인 분양 중이다. 이 일대에는 총 다섯 개 단지 약 5000세대가 밀집해 있는데 이 중에 신동아건설은 2,3,4 단지(총 3313세대) 시공을 맡았고 이 가운데 약 200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아있어 지난 1월부터 할인분양에 들어갔다. 이곳 역시 할인분양 들어간 평형은 전용 84㎡가 넘는 구 40평형대 이상이고 최대 할인율은 약 40%이며 확장비는 무상, 시스템에어컨 등 풀옵션 구성이다. 해당 단지는 지난 2008년께 분양을 했는데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주택시장이 바닥을 치던 때여서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이곳은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영종자이처럼 분양물량 소진이 빠른 편은 아니다. 해당 단지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할인 분양을 하면서 약 100세대 가량을 분양했고 현재 200세대가 남아있다”며 “예전 같았으면 한 달 만에 분양이 완료됐을텐데 일산은 현재 정부에서 지정한 규제지역이다 보니 대출조건이 까다로워 소진이 더디게 되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악성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인해 할인분양 단지도 더 등장하며 과거 주택시장 경기가 안좋았을 때처럼 하나의 시장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준공 후에도 분양이 안 된 악성 미분양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국의 악성미분양 물량은 지난 1월 말 기준 1만7000여 가구에 달한다. 이는 직전달인 작년 12월 대비 7.4% 증가한 수치이며 52개월 만에 최대물량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갈수록 전망이 안 좋아지다보니 건설사들이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할인분양 등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집은 써서 낡기도 하지만 장기간 공실로 방치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미분양 물량의 경우 장기공실 방치에 따른 하자는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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