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크고 기회 많은 해외 시장 진출 늘어··· IT기술·O2O앱 이어 콘텐츠 기업도 선전
"글로벌 스타트업 되기 위해선 현지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중국 등에 이어 동남아시아, 중동 등 새로운 시장들도 진출 대상 지역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스타트업들은 현지화 전략, 국내와 해외를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등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해외 진출이 주목받는 이유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창업가들은 인구수가 많고 시장 규모가 큰 국가들, 즉 사업 수요가 많은 국가들을 선호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이미 창업을 했거나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창업가들은 희망 진출 국가로 미국을 가장 많이 꼽았다. 뒤이어 중국과 베트남 순이었다. 꾸준히 인기있던 북미, 중화권을 제외하고는 불포화 시장인 동남아시아 지역이 상위권에 안착했다.

사실 몇 년전만 해도 해외진출에 성공한 스타트업을 찾기 어려웠다.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조차 얼마 없었다. 전문 벤처투자자들이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한 경험이 드물었던 탓도 있다. 모태펀드 등 공공자금이 중심인 국내 벤처 펀드들은 국내 법인 투자를 우선으로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스타트업들도 다양한 전략으로 영리하게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에 따라 다른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대기업 혹은 해외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해외 진출을 준비하기도 한다.

잠금화면 서비스 ‘버즈스크린’을 개발한 버즈빌은 총 30개국에 진출했다. 일본과 대만에 이어 미국 잠금화면 스타트업 ‘슬라이드 조이’, 인도·파키스탄 잠금앱 1위인 '슬라이드'를 인수하며 진출 지역을 넓히고 있다. 업무용 메신저 토스랩은 대만에서 선전 중이다. 토종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야놀자와 배달의민족도 해외 진출 문을 열었다. 야놀자는 이미 중국 씨트립, 일본 라쿠텐, 동남아 젠룸스 등을 인수·투자했다.

스윙비와 밸런스히어로 등은 본사를 해외에 두고 집중적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한다. 스윙비는 중소기업 ERP(인사관리 시스템)로 지난 2016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 자리잡았다. 스윙비는 중소기업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했던 동남아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밸런스히어로는 선불 요금제 데이터 확인앱 ‘트루밸런스’로 인도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트루밸런스는 올해 2월 기준 인도에서만 7000만 건 넘게 다운로드됐다.

특히 콘텐츠 스타트업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유튜브 등 SNS의 발전으로 콘텐츠 수용 장벽이 대폭 낮아진 덕이다. 핑크퐁 개발사 스마트스터디의 ‘아기상어’라는 노래는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스마트스터디는 핑크퐁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글로벌 라이선스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어마어마한 글로벌 팬을 보유한 빅히트의 방탄소년단은 이미 성공적인 해외진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동시에 정부와 민간 투자자들도 해외 진출에 대한 지원을 키우고 있다. 해외경험이 많은 벤처캐피털도 활약 중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스파크랩스, 알토스벤처스 등이 대표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산하기관들이 해외진출사업을 확대하고 네트워킹을 주선하고 있다.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는 “투자자가 글로벌 시장에 익숙해야 글로벌 스타트업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해외 진출 시도도 늘고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경험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축적되면 조만간 성공적인 사례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동시에 국내 스타트업들은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대부분이 먼저 제품을 완성하고 영업 마케팅을 통해서 진출한다. 결국, 현지 고객과 시장에 맞지 않는 제품을 가지고 시도하다가 시간과 노력을 다 허비한다”며 ”현지 시장과 문화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 자신이 가장 잘 할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외국은 국내외 달리 인적네트웍도 부족하고, 비용도 많이든다. 잘 할수 있는 것에만 시간과 자원을 쓰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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