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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영화, 영화인가 아닌가?
  •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filmbj@naver.com)
  • 승인 2019.02.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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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알폰소 쿠아론감독의 ‘로마’가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 영화상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로마’는 1970년대 초반 혼란의 시대를 지나며 여러 일을 겪어야 했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사는 가정부 ‘클레오’의 이야기다. 작품상은 ‘그린 북’이 차지했다. 화제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영화 ‘로마’가 이번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극장 개봉용이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OTT·Over-The-Top)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라는 점 때문이다. ‘로마’가 아카데미 후보작에 오른 것만으로도 화제였는데 주요 부문에서 상까지 받았으니 영화자격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 같다.

넷플릭스는 그간 영화를 자사 플랫폼을 통해서 선을 보여야 하지만 영화관에 동시 상영하면서 영화 업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넷플릭스가 투자 제작한 영화의 극장 상영을 놓고 세계 영화제와 영화인들간에 논쟁이 끊이질 않은 것이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는 봉준호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를 경쟁 부문에서 아예 제외시켜 논란됐다. 칸 영화제가 영화관 상영이 목적이 아닌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라고 판단한 것이다. 공중의 장소(극장)에서 돈을 받고 공개한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기차의 도착’(1895년)을 최초의 영화로 보는 오랜 전통에 기인한 것으로 봐진다. 반면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로마’에 작품상을 줬다. 영화로 인정한 것이다.

유명감독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들은 TV 영화이기 때문에 아카데미상이 아니라 에미상 시상식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넷플렉스 영화를 반대하는 영화제는 지속하기 힘들다”고 했다.

‘로마’의 아카데미 주요상 수상은 영화 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넷플릭스의 산업적인 위상을 높여줄 것이다. 특히 세계 영화 산업에 지각변동을 예고할 것이다. 벌써부터 글로벌 영상 미디어업계 간 합종연행이 이뤄지고 있다.

월트 디즈니는 21세기폭스와 영화ㆍTV 사업 부문에서 713억 달러(약 80조 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진행 중이다. 앞서 미국 이동통신사 AT&T도 타임워너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 타임워너는 영화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와 유료 케이블 방송 HBO, 카툰네트워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합병은 넷플릭스를 크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매출이 당초 예상(46억 달러)에 약간 못미치는 44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 분기 880만명의 신규 유료 회원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150만명, 미국 외 지역에서는 730만명이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넷플릭스의 전체 유료 회원 수는 1억4천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 영화 인구들의 관극태도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국내에서 넷플릭스 영화가 영화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결정이다. 적지않은 논쟁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법률적으로는 영화로 인정될 수 없다. 영화 비디오법 제2조 (정의)에 따르면 ‘영화란 연속적인 영상이 필름 또는 디스크 등의 디지털 매체에 담긴 저작물로서 영화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公衆)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시청이 아닌 공공시설에서 상영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영화로 인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부산영화제 등 국내영화제에선 이미 ‘로마’를 소개했다.

업계에선 향후 넷플릭스의 산업적인 성장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투자도 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투자 제작자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관객들은 좋은 영화라면 안방에서 보든 영화관에 가서 보든 개의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120년 넘게 인정해온 전통적인 영화의 정의로 볼 때 넷플릭스 영화의 등장이 개운치 않은 건 사실이다.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
filmb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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