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풀꽃’ 저자 나태주 시인을 만나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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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 오르고 드라마에도 인용됐던 ‘풀꽃’.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인용했던 이 시를 탄생시킨 나태주 시인은 시와 인생, 그리고 행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좋아하는 여자에게 연애편지를 쓰다가 시인이 됐죠.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대상이 여성에서 세상으로 바뀌었네요. 그래서 제 시는 세상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랍니다.”

“제 시는 크고 거창하지 않아요. 사소하고 흔하고 가까운 것들입니다. 쉽게 쓰지만 어려운 내용을 쓰고 작게 쓰지만 크게 씁니다.”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제 묘비명인데 단순하면서 쉽고 짧습니다. 깊게 들어가 볼까요? ‘조금만 참자’는 인생을 얘기합니다. ‘나 보고싶어서 왔지. 조금만 참어. 너도 나처럼 죽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각성, 인생을 잘 살란 얘깁니다. 엄청난 훈계죠. 이렇게 한 줄 문장 속에 어떤 걸 알게 하는 게 제 시입니다.”

“인생은 사람마다 답이 다르기 때문에 답을 정할 수 없어요. 그냥 사는 게 인생이죠. 장자에 ‘인생여 백구과극’이란 말이 있습니다. 인생이란 흰 망아지가 문틈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걸 보는 것과 같다는 뜻이죠. 인생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말입니다.”

“사랑은 소유 개념이 아닌 사용 개념입니다. ‘저 여자는 내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뜻이죠.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봐주고 좋지 않은 걸 좋게 봐주며 싫은 것도 잘 참아가는 게 사랑입니다. 오늘만이 아닌 나중까지 이러는 게 사랑입니다.”

“행복은 내 안에 있어요. 남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찾아내는 것이죠. 가까이 있고, 흔하고 오래되고 값싸고 작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게 행복입니다.”

“좋은 시를 쓰려면 착한 마음과 부드러운 마음을 가져야 해요. 공부도 다방면으로 해야하죠. 무엇보다 자기 인생을 잘 살아야 합니다. 출세하고 일찍 유명해지려 하지 말고 열심히 살고 공부하고 노력하고 착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세요. 세상을 아름답게 살다 보면 좋은 시를 쓰게 될 것입니다.”

“채근담 외편에 보면 ‘왜 사람들은 글자가 있는 책만 읽고 글자가 없는 책을 읽지 않는가’란 말이 있습니다. 인생과 세상, 사람에게서 책을 찾으라는 얘긴데요.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는 책 속에 없습니다. 책속에 있는 것은 남의 시입니다. 내 시는 내가 본 세상, 내가 겪은 인생 속에 있습니다.”

“최근에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란 산문집을 하나 냈는데요. 이 책을 통해 긍정적인 마인드와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 하루하루에 대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미 행복하고 이미 사랑을 주고받고 있으며 우리 자신이 엄청난 사람이랍니다”

“일제시대 활동했던 윤동주와 김소월 같은 분은 뛰어난 재능을 갖췄음에도 시대의 축복을 받지 못해 20~30대 젊은 시기에 꺾였지만, 저는 세상을 잘 만나 나이 70이 넘어서 이름을 알렸네요. 제 능력이 아니라 시대의 축복을 받은 덕분입니다”

나태주 시인을 만나보니 그의 시가 젊고 쉽고 따뜻하다는 평을 받는 이유를 알 것 같네요. 저도 오늘 시의 세계에 한 번 빠져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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