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기록···향후 연임 위해선 올해가 승부처

김광수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이미지 =조현경 디자이너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2년차를 맞이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는 다른 금융지주들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시장 상황이 좋았던 것이다. 향후 성공적인 연임을 위해선 올해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농협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 계열사를 아우르는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1조21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주 출범 이후 사상 최대치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대부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기순이익 3조원대를 기록한 KB·신한금융지주, 2조원대를 기록한 우리·하나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년 임기인 김 회장 입장에서는 올해가 향후 성공적인 연임을 위한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농협금융의 올해 순이익 목표는 1조5000억원이다. 이를 위해선 은행은 물론 비은행 계열사들의 순이익을 끌어올려야만 한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순이익은 1조222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은 3600억원을 기록한 NH투자증권을 제외하곤 대부분 50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농협금융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각 계열사를 아우르는 체질 개선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체질개선’, ‘변화’, ‘미래’, ‘성장기반’ 등 4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자본효율성 제고 및 자산·부채 리밸런싱을 통한 체질 개선, 경영인프라 개선 및 미래지향적 내부 혁신 등을 주문했다. 

최근엔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전략부를 신설하면서 WM, CIB 등 핵심 사업부문 중심으로 시너지 사업을 재편했다. 아울러 ‘One Firm’ 시너지 구현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그 동안의 시너지 전략이 각 자회사의 다양한 시너지 사업을 연계·육성하는 포괄적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 시너지영역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은 또 최근 농협중앙회 등 범농협 계열사들과 함께 유통과 금융을 아우르는 농협 멤버십 플랫폼 ‘NH멤버스’를 출범 했다. 아울러 계열사 데이터를 통합하는 ‘농협금융 통합 빅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분석·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과학자도 오는 2020년까지 1000명 이상 양성할 방침이다. 

각 계열사들도 체질 개선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양재동 전산센터 자리에 디지털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 중이다. 국내 은행권에서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농협은행이 처음이다. 향후 이 곳에선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 연구가 진행될 계획이다. 핀테크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을 위한 공유오피스 공간도 마련된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최근 특화점포를 내세우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90%에 육박하는 상황속에서 대면 거래 비중을 늘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지난 1월 울산광역시 남구 문수로에 ‘뱅킹 위드 디저트’를 오픈했다. 뱅킹 위드 디저트는 은행 영업점과 빵과 음료를 판매하는 베이커리가 함께 복합공간으로 운영되는 특화점포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은행권 최초로 은행 영업점과 편의점을 결합한 특화점포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상담공간 특화 점포를 열었다.

농협생명의 경우 뼈를 깎는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114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854억원 대비 1995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농협생명은 비경상적 투자손실과 체질개선 과정에서 수입보험료 정체가 겹쳐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농협생명은 현재 주력 상품이었던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확대하는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22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은 보험사의 건전성 규제를 크게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매출이 아닌 부채로 인식되는 탓에 많이 팔수록 자본확충 부담도 크게 늘어난다. 이에 저축성보험 대신 보장성보험 확대에 나선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이 체질 개선에 힘을 쏟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농협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며 “중장기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호실적 달성을 통한 향후 연임 성공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에 올해 역시 각 계열사들에게 뼈를 깎는 노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