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안·경호원 양 정상 호텔 주변 곳곳 배치···도로 통제 후 감시
하노이 시내 거리,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분위기 고조
일부 식당, 하노이 회담 계기 ‘이색 마케팅’ 선보여

2차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간 베트남 하노이 거리 곳곳은 시민들의 관심과 회의를 준비하는 공안 당국의 대응 모습이 엇갈리면서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27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북미 양 정상 숙소 주변 도로는 베트남 당국의 통제로 혼잡했다. 베트남 현지 공안과 경호원들은 도로 곳곳에 배치돼 긴장한 채 자리를 지켰다.

현재 하노이 시내 곳곳에는 3개국(북한·베트남·미국)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3개국 국기 아래에는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을 상징하는 엠블럼(파란색 원 안에 두 손이 마주 잡고 있는 모습)도 같이 걸려있다.

이와 함께 베트남 당국은 시내 거리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알리는 대형 입간판도 배치했다. 입간판에는 북한과 미국 국기 아래 북한과 미국의 공식 영어 호칭인 ‘DPRK’와 ‘USA’가 나란히 적혀있다. 그 밑에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을 뜻하는 영문 표기(HANOI SUMMIT VIETNAM)가 적혀있다.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3개국(북한, 베트남, 미국) 국기가 걸려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회담 관련 3개국(북한, 베트남, 미국) 국기가 걸려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두 정상 호텔 주변 도로, 베트남 공안들로 도로 통제돼

기자는 26일~27일 이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과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 호텔, 그리고 두 정상의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을 찾았다.

양 정상이 머무는 두 호텔은 약 7㎞ 거리를 두고 떨어져있다. 차량으로는 30여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다. 다만 베트남 당국이 하노이 도로 곳곳을 통제한 탓에 오토바이를 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밀려 들어와 도로 혼잡이 심해졌다. 일반 차량의 경우 평소보다 두배 넘는 1시간 이상 소요된다. 

도로 혼잡으로 거리를 지나다니기 불편할 만도 하지만, 시민들은 평소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던 습관 때문인지 큰 불편함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기자에게 “(불편해도) 괜찮다”며 “세계적인 행사가 이곳(하노이)에서 열리는데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JW메리어트 호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호텔) 입구 전경. / 사진=한다원 기자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JW메리어트 호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호텔) 주변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호텔은 지난해 싱가포르 6·12 북미정상회담 때의 숙소 거리보다는 상당히 멀어졌다. 그때 당시 김 위원장의 세인트 리지스 호텔과 트럼프 대통령의 샹그릴라 호텔은 1㎞ 정도 떨어져있었다. 차량으로는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트럼프 대통령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 입구를 중심으로 호텔 주변은 베트남 현지 공안들과 경호원들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었다. 다만 호텔 주변 도로는 통제하지 않아 하노이 시민들이 자유롭게 트럼프 대통령 숙소 주변을 활보할 수 있었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은 호텔 입구 측에 마련된 2차 북미정상회담 현수막과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JW메리어트 호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호텔) 전경. / 사진=한다원 기자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JW메리어트 호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호텔) 전경. / 사진=한다원 기자

트럼프 대통령 숙소 JW메리어트 호텔은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최신식 5성급 호텔이다. 시공사는 한국 현대건설이다. 이 호텔은 베트남 국가 컨벤션센터 근처에 위치해 보안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는 호텔은 정상회담장, 김위원장과의 저녁 만찬장 등으로 거론되는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영빈관, 오페라하우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김 위원장보다 동선이 길어질 수 있다.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멜리아 호텔(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멜리아 호텔(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이에 반해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 멜리아 호텔은 김정은 위원장이 호텔에 도착함과 동시에 도로 일정 부분을 통제했다. 멜리아 호텔은 하노이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스페인 소유 5성급 호텔이다. 앞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 등이 이 호텔에서 숙박한 적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 숙소 멜리아 호텔 주변에는 하노이 시민들로 붐볐다. 하노이 시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호텔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며 멜리아 호텔 쪽을 주시했다. 특히 일부 시민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멜리아 호텔 주변을 살폈고, 호텔 주변을 사진 찍으며 지인들에게 메신저로 현지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베트남 현지 공안들과 경호원들은 멜리아 호텔 근처 도로를 펜스로 통제했다. 이에 멜리아 호텔 근처를 지나가려는 시민들과 차량이 모두 골목으로 몰려 인근 도로 체증은 점차 심해졌다. 또 현지 공안들은 거리 곳곳 폭발물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탐색기로 거리를 샅샅히 살피기도 했다.

멜리아 호텔은 하노이 유명 관광지인 호안끼엠 호수와 호찌민묘, 바딘 광장 등과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또 정상회담장과 만찬장 등 장소와도 2㎞ 이내 거리여서 차량으로 10분 안팎이면 접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전후로 하노이 시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울러 북한대사관도 김정은 위원장 숙소에서 1.6㎞ 떨어져있다. 지난해 말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리용호 외무상도 이곳에서 묵는 등 북측 고위급 인사들이 자주 숙박하는 곳인 만큼 김 위원장은 ‘안정성’ 측면에서 이 호텔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시내, 2차 북미정상회담 마케팅으로 ‘활발’

이러한 가운데 하노이 거리는 역사적인 두 정상의 만남을 앞두고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하노이 시내 일부 식당에는 북미정상회담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판매하는 가게 앞에는 하노이 정상회담의 관심을 반영하듯 하노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양 정상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는 15만5600동(한화 약7500원)에 판매됐다. 현지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티셔츠를 판매하는 노점상에 모여 관심을 보였다.

베트남 하노이 시내 곳곳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얼굴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베트남 하노이 시내 곳곳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얼굴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아울러 하노이 시내 상점 곳곳에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맞아 하노이 정상회담 관련 이색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한 미용실은 정상회담이 끝나는 28일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헤어스타일을 원하는 고객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로이터통신,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사들에 따르면, 행사 시작 이틀 만에 약 200명의 시민이 양 정상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했다. 참여한 시민들은 젊은 층에 속했고, 대부분 김정은 위원장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노이 시내 일부 식당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 등을 관광객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또 일부 식당은 북한, 미국 국기를 꽂은 칵테일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시내 식당 종업원 A씨는 “현지인들이 이러한 제품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며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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