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결제사업자에게 ‘소액신용업’ 허용
카드사 “수수료 인하에 이어 또 다시 불리한 상황”
금융위 “새로운 규제 및 제도 수반될 것···역차별 아냐”

금융당국이 핀테크 간편결제사업자를 대상으로 소액신용 기능을 허용하기로 발표하면서 국내 카드업계의 근심이 더해지고 있다./사진=셔터스톡
금융당국이 핀테크 간편결제사업자를 대상으로 소액 신용기능을 허용하기로 발표하면서 국내 카드업계의 근심이 더해지고 있다./사진=셔터스톡

금융당국이 핀테크 간편결제사업자를 대상으로 소액 신용기능을 허용하기로 발표하면서 국내 카드업계의 근심이 더해지고 있다. 작년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 25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핀테크 결제사업자에 소액 범위 내 후불신용결제 기능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현행 핀테크 결제사업자는 후불 결제를 할 수 없어 소비자의 일시적 자금부족시 거래가 불편하고 대중교통 결제도 불가하다”며 “금융소비자 권익 및 금융시장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일정 범위 내 시범 테스트를 우선 허용하고 이후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소액후불결제업’ 제도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이 핀테크 업계 및 간편결제 시장에만 힘을 실어준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이 나와도 카드사가 웬만큼 수용해 왔던 이유는 신용카드업의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수수료를 인하로 카드사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또 이렇게 카드사를 역차별하는 방안을 내놓은 데엔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금융당국은 영세 및 중소상인을 위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개편안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모두 카드사에게 전가했다는 점이다.

지난 12월 카드사 노조는 성명문을 통해 “금융위가 발표한 카드수수료 인하안이 실현될 경우 카드사는 약 1조4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전년도 8개 전업 카드사의 전체 순이익이 1조2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모든 신용카드사는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줄어드는 카드사 순이익 규모가 올해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2020년엔 5000억원, 2021년 3000억원으로 3년간 총 1조5000억원 상당의 순이익이 감소해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핀테크 업체들이 연체나 수익성 악화 등 신용결제 리스크를 감당할 여력이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소액이더라도 결국 신용사업을 하면 자금조달 비용이나 대손 비용 등 그만큼 비용이 더 발생하게 된다”며 “리스크 관리도 결국 비용적 지출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핀테크 기업들이 안정적 여신사업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핀테크 사업 활성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부작용이나 반작용이 없도록 금융당국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정책의 취지는 기본적으로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다양한 사업자들이 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라며 “경쟁이 촉진되면서 유불리가 생길 순 있겠으나 소액 신용기능이 추가되면 거기에 맞는 건전성 규제나 영업적 규제가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역차별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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