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례화 된 기본형 건축비, 발표 때마다 매번 인상
업계 표준형도 올려달라 읍소불구, 임대료 상승 등 여론 의식해 논의 요원
임대주택 공급 줄면 임대차시장에도 악영향…활발한 공급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위례신도시 개발지역에서 아파트 건설공사가 진행중인 모습 / 사진=시사저널e DB
경기 성남시 수정구 위례신도시 개발지역에서 아파트 건설공사가 진행중인 모습 / 사진=시사저널e DB

 

#강원도에서 분양과 임대주택사업을 해 온 중견 향토건설사 A사는 올해 경영전략을 임대주택부문 비중을 줄이고 일반분양 비중을 확대하는 쪽으로 대폭 수정했다. 민간임대주택부문 수익성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A사 한 임원은 “지금 환경에선 임대주택사업을 위주로 경영했던 건설사들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우리처럼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려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임대주택사업 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 공사 자재비는 물론 인건비 등 공사 외 간접 공사비용까지 늘고 있는데 반해 임대주택 임대와 분양 가격산정에 적용되는 표준형 건축비는 2년 이상 제자리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27일 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표준형 건축비는 지난 2016년 하반기 5% 인상한 이후로 현재까지 그대로 머물러있다. 이마저도 200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올리고 7년 6개월 만에 상승한 것이다. 10년 이상 세월 동안 표준형 건축비 인상분은 5%에 불과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표준형 건축비가 현실 반영이 제대로 안 되는 주된 원인으로 비정례화 논의를 꼽는다. 표준형 건축비와 함께 견주는 게 일반 분양주택 가격책정에 활용되는 기본형 건축비인데, 기본형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매년 3월과 9월 일 년에 두 차례 건설공사비를 반영한 고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동안 기본형 건축비는 발표 때마다 늘 상승해왔고 상승분만큼 건설사는 분양가도 높여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임대주택 가격 산정에 적용되는 표준형 건축비는 국토교통부가 정기적인 논의 없이 자체적인 판단하에 필요에 따라 증감을 검토하게 돼있다. 또 검토 후에도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기본형보다 절차가 까다로워 건축비 인상분이 실제 정책에 반영이 안 되고 뒷전으로 밀려있는 처지다.

 

표준형 건축비가 십수년 째 공사비 반영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은 임대주택 사업하기가 힘에 부친다고 하소연한다. 임대주택사업을 할 때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주택도시기금도 표준형 건축비를 가이드라인 삼아 지급받기 때문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임대사업에 지원되는 주택도시기금 예산이 늘어도 실제 기금을 지급받을 때에는 표준형 건축비를 기준삼아 산정하기 때문에 공사비 상승분만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결국 건설사는 비용에 부담을 느껴 최소한의 요건만 충족시키면서 집을 지으면 거주자 주거의 질도 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적인 측면에선 저가 공사에는 우량 건설사보다는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지역기반의 중소형 건설사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 사업 부실화 우려도 있다.

 

업계는 표준형 건축비 인상 현실화를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일반 주택과 임대주택은 단지조경과 주택 내 마감재 정도만 차이 날 뿐 건축골조나 안전기준에 사용되는 자재는 동일하다. 임대주택을 지을 때에도 일반 분양주택의 80% 가량의 비용은 들어간단 얘기다. 그럼에도 표준형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의 60% 수준밖에 되지 않아 임대주택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며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어 국토부에 읍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 입장에서도 표준형 건축비를 시세 수준으로 올리기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표준형 건축비를 올리면 임대주택 월세나 추구 임대기간이 만료되고 분양을 받을 시 분양가가 높아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임대주택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의 참여 기피로 임대주택 공급이 줄면 전월세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합리적 수준의 제도적 장치 마련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내달 1일부터 적용되는 아파트의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이 3.3㎡당 630만3000원에서 644만5000원으로, 14만2000원(2.25%) 오른다고 이날 발표했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분양가(택지비+택지비가산비+기본형건축비+건축비가산비) 산정에 적용된다. 앞으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전용면적 85㎡(구 33평)으로 환산하면 분양가격이 이전보다 481만원 가량 오르게 된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올해 초 예정돼있던 주택물량을 분양가를 좀 더 높게 책정하기 위해 미뤄왔는데, 이번 기본형 건축비 발표시점 이후로 신규분양을 풀어 물량공급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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