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베트남식 ‘도이모이’ 정책 구상···북측 수행단 경제 담당 당국자 포함돼
하노이 평양식당, ‘회담’ 관련 질문 대답 피해···호기심에 찾는 이들은 늘어
전문가 “북한, 베트남식 개발모델 따르려면 ‘통제체제’ 완화해야”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 거리에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광고판이 설치 돼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 거리에 2차 북미정상회담 알림판이 설치 돼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베트남은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개혁·개방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국가 중 하나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아내고, 베트남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발전 모델을 벤치마킹해 ‘북한식 경제건설’의 밑그림을 그릴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북측 수행단에는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때와 달리 경제 담당 고위 당국자가 추가돼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와 인사를 담당하는 오수용·김평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이번 수행단에 포함한 것은 이들에게 베트남의 개혁·개방 모델을 직접 학습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북한 경제와 정책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 청사진을 그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세기의 담판이 이뤄질 하노이는 ‘도이모이(Doi moi)’ 정책을 이끈 베트남의 대표 도시다. 베트남은 1986년 베트남 공산당 제6차 대회에서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모이를 채택한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도이모이는 베트남어로 ‘변경한다’는 뜻의 도이(doi)와 ‘새롭게’라는 의미의 모이(moi)가 합쳐진 용어로 ‘쇄신’을 의미한다. 토지의 국가 소유와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해 경제발전을 도모한 정책이다. 도이모이 정책 도입 이후 베트남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배 증가해 지난해 2587달러에 이르렀으며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를 넘어섰다.

도이모이 정책 추진 이후 하노이에는 외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건설 붐이 일었다. 특히 하노이 신도시의 마천루들은 도시 풍경을 바꾸기도 했다.

◇기자가 찾은 하노이 ‘평양식당’···대베트남 北 투자, 5건 중 4건이 ‘식당’

이러한 베트남식 도이모이 정책을 따르려는 북한은 베트남의 이념을 좇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판문점 ‘도보다리’ 대화에서도 베트남식 개혁·개방 노선을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노이에는 북한 대사관 외에도 총 두 곳(고려식당과 평양관)의 북한 식당이 있다. 모두 과거 한인 밀집 지역이었던 ‘쭝화’에 위치한다. 기자는 26일 오후 북한 측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껴보고자 하노이 북한 식당 평양관을 찾았다.

북한과 인접해 있는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일부 동남아 지역에서는 다수의 북한식당이 영업 중이다. 특히 북한이 경제 발전 모델로 삼고 있는 베트남에선 북한의 대(對)베트남 누적투자건 수 5건 중 4건이 북한식당일 정도로 비중이 큰 상황이다.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식당 전경. / 사진=한다원 기자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식당 전경. / 사진=한다원 기자

기자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건물 전체에 북한 노래가 울러 퍼졌다. 식당 내부의 사진, 영상 촬영은 금지했지만, 예상과 달리 북한에서 파견 나온 종업원들은 친절하게 모든 손님들을 맞이했다.

평양관에서 근무하는 북한 종업원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호기심을 갖고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관계자들이 하노이 북한 식당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다만 북한 종업원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에 관련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북한 종업원 A씨는 “잘 모르겠다”며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일부 종업원들은 질문 자체를 못들은 척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北, 베트남식 경제개발 모델 그대로 수용할지 미지수”

북한은 베트남식 경제개발 모델을 따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또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하노이에 방문한 북한 측 수행원들은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을 살펴보기 위해 하노이 경제 특구 곳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경제발전 모델이 북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엄격한 북한의 통제체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극단적인 폐쇄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이 베트남의 개방형 경제 모델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 모델을 따른다는 것은, 북한 측 입장에서 보면 베트남은 규모적인 부분과 북한과 비슷하고 베트남이 미국과 전쟁에서 이긴 나라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갖는다”며 “북한도 과거 한국 6·25전쟁과 관련해 북한이 이겼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독립성을 갖고 베트남식 모델을 북한에 적용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벤저민 카체프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한 정권은 항상 정치적 안정과 권력 유지를 최우선으로 여겼다”며 “만약 변화가 사회적, 정치적 안정을 해칠 것으로 우려한다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한 체제는 비교 가능한 어느 체제보다 더 낡고 완고하다”며 “북한이 베트남의 경제발전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번창할 수 있도록 사법 시스템과 소유 구조를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2차 북미정상회담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2차 북미정상회담 엠블럼이 장식돼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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