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해야
한 주 가치 과거보다 높아져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상장사들이 분주해지고 있다. 한 상장사의 IR 담당자는 이 시기만 되면 너무 바쁘다며 자녀 졸업식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고 한다. 주주총회뿐만 아니라 사업보고서 작성, 외부 미팅 등 다른 해결해야 할 업무가 쌓이는 탓이다. 주주총회 시기는 이들에게는 격무의 시즌인 셈이다.

반면 주주들에게는 주총 시즌이 축제로 여겨지기도 한다. 선거와 투표가 민주주의 축제이자 꽃으로 비유되는 것과 유사하다. 의결권 행사를 통해 한 기업과 동행하는 투자자로서의 의사를 적극 표현할 수 있는 까닭이다.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러한 철학에 따라 주총을 매년 축제처럼 열기도 한다.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주주들을 위한 장터, 5㎞ 마라톤, 버핏과의 질의응답 등을 여는 식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축제에는 손님이 없어 걱정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주총장에는 주주들이 몰리겠지만 중소 규모의 상장사들은 차려놓은 잔칫상에 파리 날릴까 고민이 깊다. 실제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의결 정족수 부족 등으로 올해 주총에서 감사 선임 등 안건을 통과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곳은 154개사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가 2111인 점을 감안하면 13곳 중 한 곳인 것이다.

이러한 걱정을 대변하듯 지난 25일 열린 한 증권사의 전자투표플랫폼 출시 설명회에는 수많은 기업 관계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이 설명회를 주최한 한 관계자는 문의 전화가 밤늦게 까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문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는 건수가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드라마틱하게 주주들의 의결권 참여를 받아내기에는 쉽지 않아보인다. 당국이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지만 지난해 전체 의결권 주식 수 기준 전자투표를 이용한 주주 수는 4만5560명으로 4.24%에 불과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투자한 회사의 한 일원으로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만큼의 인식이 생기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방증하듯 국내 소액주주들의 평균 주식보유 기간은 코스닥은 평균 3.1개월, 코스피는 7.3개월에 불과하다. 

그나마 주주권 강화 움직임이 주총 풍경을 바꿀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기관 사이에서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활동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 주주가치를 제고한 사례도 다수 등장했다. 이러한 압박에 배당을 늘리거나 유휴자산 매각에 나서는 상장사가 생기면서 주주들의 이익이 극대화한 것이다.

이제는 소액 주주들도 바뀔 때가 됐다.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주주로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주총장이 아니라면 전자투표를 통해서라도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비해 한 주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소액이더라도 그 가치를 잘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질 때 주총은 회사와 주주가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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