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부터 한국 기업 광고로 도배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주목받는 ‘한국·베트남 교역’
北 김정은 위원장, 한국 기업 방문 가능성···현지 기업들 준비 나서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전광판에서 삼성 갤럭시 노트9 광고하고 있는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 전광판에서 삼성 갤럭시 노트9 제품 광고가 나오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북미 양 정상의 치열한 ‘담판’이 이뤄질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는 한국 기업의 특구나 다름없다. 베트남 하노이 노아바이 국제공항에서부터 도심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 효성그룹, 신한은행 등 한국 기업의 광고판으로 도배돼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하노이는 북미 간 전 세계가 집중하는 국가적 이벤트 장소뿐 아니라 한국과의 활발한 산업 교역의 장이다.

베트남은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이목을 끄는 국가로 성장했다. 베트남은 인구 수 9650만 명으로 세계 15위다. 특히 전체 인구 중 60%가량이 35세 이하로 구성돼 세계에서 젊고 역동적인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베트남은 최근 ‘포스트 차이나’라는 별명을 얻으며 한국 기업의 관심을 받는 국가로 자리 잡았다.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 내부에서 신한은행, 효성그룹 광고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 내부에서 신한은행, 효성그룹 광고물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 베트남 최대 산업단지 ‘하이퐁’, 한·베 교역의 장

2차 북미정상회담과 맞물려 주목되는 것은 ‘한국-베트남’ 교역 현황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120㎞ 떨어진 하이퐁시(市)는 베트남 최대 항구도시이자 물류중심지다. 기자는 26일 베트남 최대 산업단지로 불리는 하이퐁 일대를 취재했다.

하이퐁시 기업 공장 기계들은 더운 날씨에도 여기저기서 굉음을 내며 분주히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또 거리 곳곳에는 우리 기업을 포함한 유명 외국 기업 공장 간판은 물론 수출을 앞둔 대형 컨테이너들로 가득했다.

하이퐁시 중심가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LG전자·LG디스플레이’, 베트남 최대 기업인 ‘빈 그룹’ 공장, 베트남 최초 완성차 업체인 ‘빈 패스트’의 생산 공장과 미국·일본·호주 기업 등 약 80개 기업이 모여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이퐁시 산업단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기업은 역시 LG전자였다. TV, 휴대폰, 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등을 생산하는 LG전자는 2028년까지 하이퐁에 총 15억 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이퐁시 산업단지에 위치한 기업 별 공장 위치 안내판. / 사진=한다원 기자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이퐁시 산업단지 입구에 설치된 공장 위치 안내판. / 사진=한다원 기자

이날 정오 점심시간이 되자 하이퐁시 거리에는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공장 직원들로 가득했다. 외국계 기업 공장에서 근무하는 A씨는 “한국 기업이 산업단지에 자리 잡으면서 여러 베트남 젊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현지 근로자 B씨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해외 수출 등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의 모든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앞으로도 한국과 베트남이 물류, 수출 부분에서 지금보다 더 경제적 발전을 이루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현재 4500여개 한국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했거나 투자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봉제 등 전통적인 제조업뿐 아니라 요식업, 홈쇼핑, 관광 등 분야에서도 한국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베트남 현지에는 한·베 합작 드라마가 흥행하고, 박항서 축구감독 등 이유로 한국과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정은 위원장 방문?···한국 기업들 “만일 상황에 대비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동선마다 한국 기업의 상징물들이 포진해 있다. 하노이 시내에도 현대·기아차, CJ CGV, 신한은행, 롯데마트 등 익숙한 간판들이 즐비했다. 또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빌딩 2, 3위인 AON랜드마크 72, 롯데센터는 한국 기업이 시공했거나 주인인 건물이다. 두 빌딩은 하노이에서만 1, 2위 높이를 자랑한다.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AON랜드마크 72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AON랜드마크 72 전경. / 사진=한다원 기자

김 위원장이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리조트 전망대를 찾은 것처럼 이번에도 베트남의 발전상을 보기 위해 하노이 고층빌딩 등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AON랜드마크 72, 롯데센터 하노이는 각각 72층과 65층에 전망대가 있다. 한국이 투자하고 건설한 빌딩은 하노이 야경을 보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두 전망대에 올라가면 호안끼엠 호수 등 하노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롯데센터 하노이에는 롯데호텔과 롯데마트가 자리잡고 있다. 관광, 쇼핑, 비즈니스, 문화 등이 한곳에 집결된 이 복합 건물은 향후 대북제재가 해결되면 김 위원장이 개발을 적극 검토할 모델이 될 수 있다.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센터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26일(현지시간) 촬영한 베트남 하노이 롯데센터 전경. / 사진=한다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하루 빨리 하노이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 앞서 하노이 산업단지인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 하이퐁시를 시찰할 전망이다. 박닌성과 하이퐁시는 베트남 경제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데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남북경협을 긴밀하게 추진해 지원사격에 나서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김 위원장 베트남의 의전과 경호, 일정 등을 담당하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17일 박닌성과 하이퐁시를 사전 답사했다. 특히 김 부장이 같은 날 하노이 동부의 관광도시 하롱베이와 하노이 오페라하우스를 답사한 것을 볼 때 김 위원장이 이곳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발 등 관광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하자 김 위원장이 베트남 현지 한국기업을 깜짝 방문할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현지 기업들도 김 위원장 방문 가능성을 열어 놓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와 롯데 등 하노이 현지 한국기업은 김 위원장의 방문 가능성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현지 법인에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전했다.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롯데 측 관계자는 “삼성, LG 등 한국 기업이 북한에 대한 투자 의향이 있다고 하더라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려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다”며 “만일 북한이 베트남식의 경제모델을 원한다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제재를 해제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조치들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김 위원장은 지난번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이 평양에 방문 했을 때도 적극적으로 경협 얘기를 꺼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 발전을 단계를 밟아 발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다. 이번 베트남 방문을 통해 산업단지 등을 둘러보면서 베트남이 어떤 방식으로 해외자본을 유치해 경제발전 하는지 보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 조치를 내놓으면서 북한 경제 개발에 힘쓰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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