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1년 전보다 17조원 증가
경기 악화 시 대출 부실화 우려
금융당국도 개인사업자 대출 관리 나서 

4대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율이 줄자 자영업자 대출을 늘려 수익 보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율이 줄자 자영업자 대출을 늘려 수익 보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개인사업자를 상대로 대출 영업을 확대 중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영향으로 둔화하자 자영업자를 상대로 대출을 늘려 이자이익을 늘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최근 경기 악화 영향을 받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이 은행권에 크게 증가할수록 은행의 자산건전성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91조6250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조1460억원(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5.7%로 1년 전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뺀 나머지 법인 대출 규모는 지난해 152조34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고 있지만 경기가 악화될 경우 자영업자의 재무상태가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이유로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커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평균 0.32%로 전년 말 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0.06%포인트 높았다. 

또 최근 자영업자 대출에서 부동산임대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되는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의 부동산업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40.9%을 기록했다. 2014년 이후 매년 18%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 대출 부실화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4대 시중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비교. / 사진=시사저널e
4대 시중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비교. / 사진=시사저널e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41조5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증가율에선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중소기업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제한 법인 대출은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에 이어 개인사업자 대출이 많이 늘어난 은행은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이 대출 잔액은 42조66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5% 늘었다. 

이어 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65조6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2% 늘었다. 잔액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뺀 나머지 대출 비중은 1년 전보다 11.7%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41조7600억원으로 9.2%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뺀 법인 대출 증가율은 9%를 기록하며 중소기업 대출을 가장 많이 늘린 은행으로 나타났다.  

주요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자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자영업 대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자영업자 금융지원 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자영업자 대출이 부동산·임대업자들을 중심으로 확대되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관리에 나선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가계대출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또 최근엔 자영업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도 나오고 있어 자산 건전성 관리에 신경 쓰는 중이다. 다만 경기 여건에 따라 대출 부실화가 나타날 수 있어 관리에 신경써야 할 것”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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