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신축현장 건설자재서 잇따라 검출
라돈 검출돼도 건설사 재량 따라 교체
“신축·리모델링 등에 브라질산 화강석 사용 많아, 전수조사 필요”

2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는 물론 아파트 신축공사에 쓰일 건설자재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잇따라 검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국에 ‘라돈 아파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는 물론 아파트 신축공사에 쓰일 자재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잇따라 검출되면서다. 해결방안을 놓고 주민과 시공사 간 논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라돈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2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우리나라 전체 폐암사망자 가운데 약 13%가 실내 라돈 노출로 사망했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흡연 다음으로 위험한 물질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라돈검사를 실시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라돈은 아파트의 건설자재로 쓰이는 화강암이나 대리석에서 잇따라 검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치가 넘은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건설사에 자재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건설사들마다 대응방안이 달라 주민들은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을 맡은 경기도 시흥은계지구에서도 라돈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자체 검사 결과 공사에 쓰일 예정이었던 브라질산 대리석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자 LH에 자체 교체를 요청한 상태다. LH는  입주예정자들의 동의를 거쳐 문제가 된 대리석을 다른 제품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위치한 1500세대 대단지 ‘동탄더샵레이크에듀타운’ 역시 욕실선반과 현관 바닥에 사용된 화강석에서 라돈이 측정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시행사인 MDM측은 문제가 된 화강석을 전면 교체해주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 ‘중흥S클래스’에서도 라돈이 검출됐다.  입주예정자들은 신축 중인 아파트의 현관과 욕실 등에 설치된 대리석에서 라돈이 환경부 기준치 이상인 230~250베크렐(Bq/㎥)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자재가 이미 84%나 시공된 상태였지만 시공사인 중흥건설은 전면 교체를 약속했다. 이외에도 라돈을 둘러싼 주민과 건설사 간 분쟁은 점점 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 마다 대응방식이 다른 이유는 법적으로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라돈은 ‘실내 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이 2016년 12월 개정되면서 실내 공기질 측정 대상에 처음 포함됐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에 라돈 측정 의무가 부과된 것은 2018년 1월1일 이후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건물부터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최근 입주한 단지들에 대해 라돈 방출량을 책정할 의무가 없다. 무엇보다 라돈이 문제가 발생해도 정부는 개선 ‘권고’만 할 수 있다. 결국 건설사의 의지에 달린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화강암 등 라돈이 다량 검출된 건설자재에 대해 수입을 금지할만한 법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라돈 등 방사능 검사 대상 품목은 방사능 관련 증명서를 확인해야 통관이 가능하지만 화강암 같은 경우는 대상 품목이 아니라 별도로 검사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수입된 자재들이 전국의 아파트 시공에 사용됐을 확률이 높은 만큼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전예방 차원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던 자재에 대해 수입금지 등 근본적인 조치가 취해질 필요가 있다”며 “또한 현재 신축 공사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과정에서 브라질산 화강석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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