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거래량 지난해 최고거래월 대비 40% 이상 급감
최저점 대비 5배가량 높아진 가격에 시장 피로도 커진 탓
회담 개최만으론 움직임 없어…합의 빅딜일지 성과수준에 촉각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통일촌 마을 /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통일촌 마을 / 사진=연합뉴스

 

파주 민통선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있음에도 토지거래가 종적을 감췄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주식시장에 남북경협주가 있다면 부동산 시장에는 민통선이 있다며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던 곳이다. 전문가와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북미정상회담 개최만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라며 “합의문 발표 내용 따라 투자자가 반응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파주 토지거래량은 민통선 지역이 이끌고 있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파주시 순수토지(건물이 없는 형태)는 1235 필지가 거래됐다. 이는 직전달인 지난해 12월 1395 필지가 거래된 것에 견주어보면 손바뀜이 약 11.5%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가운데 가장 많은 필지가 거래된 10월(2065건)과 비교해보면 40% 이상 급감했다. 언론 등을 통해 세간에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알려진 것 치고는 시장이 이슈를 흡수하지 못한 셈이다.

업계는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장에 피로도가 누적된 것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민통선 땅값은 노무현 정부 시절 전고점을 찍었던 2007년 이후 별다른 개발이슈가 없자 서서히 내리면서 2012년 바닥을 찍었다. 그러다 2018 1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거래량이 폭주하면서 땅값은 회복세를 넘어 급등하기 시작했다. 문산역 인근에서 민통선 토지거래를 위주로 영업하는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민통선은 군내면, 장단면, 진동면 순으로 인기가 높은데 이들 지역은 가장 가격이 낮았던 2012년과 비교해보면 땅값은 작년에 4배에서 5배 정도, 2007년 기준으로는 2배가량 높은 시세가 형성되면서 역대 최고가 보합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치게 높아져버린 가격도 거래량 급감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구체적 합의내용 발표 전이라는 점도 추격매수가 따르지 않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시 말해 지금은 민통선 개발 밑그림을 그리기엔 시기상조이니 시장도 한템포 쉬어가지만 한차례 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실질적 움직임 없이 말잔치로만 끝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움직이기를 주저하는데 합의 내용에 따라 가격은 더 오를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 역시 토지거래 현황에 특별한 움직임이 없지만 추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토부 산하 부동산 조사 관리기관인 한국감정원 박광석 경기서부지사장은 “민통선 관련 문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지난해에도 1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건 4월인데 최고거래량을 찍은 건 10월이었다. 정상회담 그 자체보다는 남북철도사업 착공, 군사보호구역 해제와 같은 이슈가 발표되고 난 뒤 거래량이 더 늘었던 만큼 이번에도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내용이 발표되고 나면 시장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추이를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전문가들은 군사보호구역이 해제된다고 해도 당장 개발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부동산시장 조사업체 관계자는 이어 "보호구역이 해제된다고 해도 개발이 진행되려면 용도 변경 등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 땅이 많다"며 "금방 개발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접경지역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 남북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으며 파주땅값이 고꾸라진 적이 있지 않나. 남북관계가 예상치 못한 일로 경색됐던 걸 감안하면 묻지마식 민통선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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